【 청년일보 】 "올해는 더 나아질 거야."
새해가 되면 청년들에게는 늘 비슷한 말이 건네진다. 하지만 이 문장은 많은 청년들에게 응원이기보다 잠시 멈춰 서게 만드는 말이 된다.
지금의 삶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애써온 시간들이 이 한 문장 안에 다 담기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의 삶은 종종 결과로만 정리된다. 취업 여부, 연봉, 직함,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다음 단계로 나아갔는지.
그러나 그 결과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 시간이 있다. 이력서를 고치고, 탈락 통보를 확인하고, 다시 다음 하루를 준비하는 반복된 일상. 그 시간을 통과해 온 청년은 이미 자기 삶을 책임 있게 살아낸 사람이다.
작년에, 한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여러 차례 공채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늘 같았고, 생활비를 위해 단기 계약직과 야간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하루를 채우고 있었다.
그는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닌데, 계속 증명만 하고 있는 기분이에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는 체념도 분노도 없었다. 다만, 오래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새해는 반드시 삶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청년은 "올해는 나를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않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청년은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이 다짐들은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삶을 계속 선택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다. 희망은 늘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에서 시작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잘하라"는 말이 아니며 "왜 아직 거기 있느냐"는 질문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여기까지 오느라 충분히 애썼다"는 인정, 그리고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신이다.
이미 많은 청년들이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삶을 책임지며 하루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존재 자체로 이미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새해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라는 요구도 아니다. 지금의 나를 부정하지 않은 채, 내일을 한 번 더 선택해보는 시간이다.
비록 사회가 청년의 속도를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고, 제도가 삶의 부담을 온전히 덜어주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하루를 고립시키지 않고 곁을 내어주는 사회라면 희망은 말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올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낸 경험이 내일을 버틸 이유가 되는 해, 서로의 존재가 버팀목이 되는 해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새해에는 혼자서 견디지 않아도 되는 한 해, 각자의 속도를 존중받으며 "우리 함께 다시 시작해보는 한 해가 되자"라고 말해보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부족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선택과 책임을 견디며 여기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있다.
그 사실을 서로 확인하며, 우리 함께 다시 한 해를 살아가 보자. 그것만으로도 새해를 시작할 이유는 충분하다.
글 / 박이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