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올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에서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던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최근 노사 갈등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는 대부분의 관절을 자유롭게 회전시키는 전신 구조와 생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혁신적인 기술력은 역설적으로 '피지컬 AI' 주도권을 잡으려는 사측의 과감한 비전과, 로봇에 의한 일자리 잠식을 우려하는 노조의 생존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도화선이 됐다.
앞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소식지를 통해 "로봇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면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면서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사측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
노조는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양산형 로봇 '아틀라스'가 시장에 충격을 줬다"면서 "회사는 아틀라스 3만대를 양산해 향후 생산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에 인건비 절감을 위해 AI 로봇 투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분명히 경고한다. 노사 합의 없는 도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측은 오는 2028년까지 아틀라스 등 휴머노이드 로봇 3만대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제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만큼, 노사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테슬라 등 최대 경쟁사가 휴머노이드를 토대로 제조 패러다임의 전면 개편에 나서면서 '아틀라스'라는 승부수를 통해 피지컬 AI 로봇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적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가 이미 생산 라인에 배치돼 실전 투입 단계에 들어선 만큼, 현대차로서도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속도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위험하고 고된 반복 작업으로부터 현장 노동자의 부담감을 해소하고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려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사측의 청사진은 미래 산업 지형에서 결코 틀린 방향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노조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급격한 자동화가 현장 노동자들이 수십 년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는 지극히 상식적이자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저항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진보만을 앞세운 일방적인 속도전도, 변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폐쇄적인 태도도 아니다. 사측은 로봇 도입 과정에서 소외되는 노동자가 없도록 직무 전환 교육 등 책임 있는 상생 안을 마련하고, 노조는 피할 수 없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고 상생을 위한 유연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