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흔히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가정간편식(HMR)은 제대로 한 끼 식사가 불가능할 때 찾는 '식사 대용식'으로 널리 이용되곤 했다.
즉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HMR을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닌 저렴한 가격에 빠른 해결을 위한 대체 선택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20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HMR을 구매한 가장 큰 이유로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저렴하다'(23.1%)는 점과 '조리하기 귀찮다'(19.3%)는 점을 거론했다.
한편, 한 홈쇼핑 업체에서 HMR 브랜드가 론칭하며 이와 같은 세간의 인식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지 '간편해서, 저렴해서' HMR을 찾는 것이 아닌 '간편하고, 맛있어서' 이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브랜드는 바로 GS샵의 '궁키친 이상민'이다.
HMR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뒤흔든 궁키친 이상민을 론칭한 숨은 주역인 김혜은 GS샵 푸드팀 상품기획자(MD)를 만나봤다.
◆"IT 기업서 근무 중 우연히 '커머스' 접해… B2C 최전선 '식품'에 매료"
김 MD는 당초 GS샵 등 홈쇼핑 업체가 아닌 IT 계열 직군에서 근무하던 '이종 업계 종사자'였다. 그는 과거 한 IT 기업에서 근무하던 중 '상품 기획' 업무를 접하게 됐고, 이 계기가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 IT 기업에서 앱 서비스를 기획하는 업무를 담당하다가, 우연찮게 커머스 관련 기획 업무를 맡게 되며 상품 기획 분야를 접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소비재 중심의 상품을 소싱하고 기획하는 업무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GS샵에 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GS샵에 입사한 이후 줄곧 '푸드팀'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MD는 "음식이야말로 소비자들과 가장 맞닿아 있는 상품이고, 소비자의 반응이 타 상품군에 비해 더욱 즉각적이다 보니 큰 매력을 느꼈었다"며 "입사 후 다양한 절차를 밟아왔지만, 결국 푸드팀에 몸을 담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고 전했다.
◆ 첫 프로젝트 '궁키친 이상민' 대성공… "셀럽 본연의 매력으로 상품성 배가"
김 MD는 푸드팀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담당한 프로젝트가 '궁키친 이상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12월 론칭한 궁키친 이상민은 GS샵에서 전개 중인 간편식 브랜드로, '집밥보다 맛있는 집밥'을 모토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4050 세대로부터 인기가 높은 연예인이자 셀럽인 이상민이 직접 참여해 소비자들의 높은 공감 속에서 판매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역시 특징이다.
김 MD는 "홈쇼핑에서는 일반적으로 45~54세, 더 나아가 60대 연령층이 주요 고객층인데, 이 세대에게 이상민 씨의 이미지는 상당히 친근하고 쾌활한 데다 식품 상품 측면에서도 자신만의 특별한 레시피를 보여줘 왔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요소였다"며 "이에 단순 고급 상품이 아닌, '모두가 할 수 있지만 특별한 레시피'로 많은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상품 브랜드 방향성을 설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궁키친 이상민'의 핵심 인물인 이상민의 남다른 브랜드 사랑이 해당 상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회고했다.
김 MD는 "(이상민 씨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독특하고 참신한 편"이라며 "예를 들어, 똑같은 '블랙타이거 새우'여도 매번 다른 요리를 보여주는 등 브랜드와 소비자를 위해 항상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날 판매 방송 중 새우와 주꾸미를 데쳐서 연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상민 씨가 갑작스럽게 생주꾸미를 바로 섭취해서 주변인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라며 "'그럴 필요까지 없다'는 말과 함께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상품 신선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이와 같은 선택을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애정과 함께 이상민이 보여주는 독특한 레시피 역시 상품의 매력을 배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MD는 "일반적으로 홈쇼핑에서 연출하는 레시피 방송 포맷이 있는데, 이상민 씨는 그와 같은 틀을 깨는 인물"이라며 "상품에 소개되어 있는 공식 레시피뿐만 아니라, 참신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상품의 활용성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MD는 이상민이 블랙타이거 새우를 으깬 이후 달걀과 결합해 즉석 새우전을 만드는 등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하기 어려운 레시피를 강조할 경우 고객 반응은 물론 설득력도 없기 마련인데,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연출하니 소비자들의 실제 후기가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상당한 판매량의 비결 중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핵심 시그니처, '고품질 원육·소스'"… "빠른 피드백 통한 품질 향상" 차별화
궁키친 이상민은 브랜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이상민의 행보에 힘입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궁키친 이상민은 론칭 2년 만에 누적 주문액 약 330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이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은 '블랙타이거 새우' 상품으로, 2년 이상 상품 판매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진행된 판매 방송에서 매진을 기록하는 등 누적 약 110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최근 출시한 갈빗살 상품도 판매 방송 목표량의 170%를 달성했다.
일반적으로 홈쇼핑 업계 HMR 상품은 최대 약 1년 내외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이후 지속 하락하지만, 궁키친 이상민 브랜드의 경우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김 MD는 홈쇼핑 HMR 판매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비결로 이상민의 역할과 더불어 제품 자체의 차별화된 품질과 신속한 피드백 수렴 및 반영 등을 거론했다.
김 MD는 "궁키친 이상민 제품군의 가장 독특한 시그니처는 원육과 소스를 별도로 구성해 배송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홈쇼핑에서는 '양념 처리된' 육가공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념육으로 상품을 구성할 경우 소비자가 곧바로 그 의도에 맞게 조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고객들이 상품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크게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며 "예를 들어 양념갈비라면 양념갈비로만, 주꾸미볶음이라면 주꾸미볶음으로만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궁키친 이상민은 원육과 소스를 별도로 배송함으로써 이상민 씨가 선보인 창의적인 레시피는 물론, 각자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통해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실례로 갈빗살은 갈비나 찜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샤브샤브, 찌개 재료 등으로도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MD는 궁키친 이상민의 독특한 상품 구성이 품질에 대한 자신감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육 자체를 따로 구성해 배송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선도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며 "원육과 소스를 별도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원육의 품질이 굉장히 우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궁키친 이상민이 소비자의 피드백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김 MD는 "유명한 셀럽이 제품에 참여할 경우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실제 판매 방송을 진행할 때 상품에 대한 평가가 박하기 마련이지만, 궁키친 이상민은 그렇지 않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위해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신속하게 리뉴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궁키친 이상민의 토시살 제품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마리네이드를 추가하는 등 총 세 번의 리뉴얼을 거쳐 상품을 지속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업체 입장에서는 이 과정을 단순 비용 소모로 인식할 수 있겠지만,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과 소비자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속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궁키친 이상민 잇는 '하이랜드 주스'… "간식처럼 먹는 건강식품"
김 MD는 GS샵의 대표 HMR 브랜드 '궁키친 이상민' 외에도 '하이랜드 주스' 시리즈도 기획했다. 하이랜드 주스는 컬러 푸드(color food)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출시된 100% 과일 착즙 주스다.
김 MD는 하이랜드 주스를 기획할 당시 이 상품을 일반적인 건강식품의 형태가 아닌, 소비자에게 친숙한 형식의 상품으로 완성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매일같이 섭취하는 건강식품들이 비싼 데다 일부 소비자들은 기존의 섭취 방식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는 점에 착안했다"라며 "데일리하게 쉽게, 식사 대신 건강을 위해 먹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 우연찮게 주스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건강하고 편리한 건강식품을 지향점으로 한 하이랜드 주스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GS샵에 따르면, 하이랜드 토마토 주스는 론칭 6개월간 약 43억 원이 판매됐고, 하이랜드 블루베리 주스는 최초 판매 방송에서 목표 판매량의 157%를 달성하며 약 3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는 기획 당시부터 투입한 남다른 기획력이 상품의 상업적 성공에 영향을 끼쳤다고 소개했다.
김 MD는 "일반적으로 홈쇼핑 업계에서 상품을 준비하는 데 2~3개월이면 충분하지만, 하이랜드 주스는 기획부터 수입 원물 확보, 패키징까지 각 플레이버(맛)마다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라며 "특히 패키징부터 원료까지 차별화하는 한편 프리미엄 제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지금 백지연'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MD는 올해 여름 시즌을 목표로 하이랜드 주스의 새로운 플레이버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궁키친 이상민과 국산 수산물 접목하고파… 늘 소비자와 가까운 MD 될 것"
궁키친 이상민·하이랜드 주스 등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소개한 김 MD는 추후 국산 해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상품을 소개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김 MD는 "일반적으로 원재료값과 물량 공급 유동성 문제로 국산 수산물은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브랜드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면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면 국내의 다양하고 향토적인 수산물을 궁키친 이상민과 접목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만 섭취하거나 선호하는 수산물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이들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궁키친 이상민 브랜드의 차별화된 강점과 함께 구성하고 싶은 게 하나의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김 MD는 일반 대중과 가장 밀접한 접점을 가지고 있는 식품 분야에서 항상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접근하기 용이한 상품을 기획하는 MD로서 활약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MD는 "식품은 일반 대중 누구나 '전문가'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일상생활과 가깝고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며 "모두가 전문가인 분야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가장 어려운 분야가 바로 식품"이라고 언급했다.
인터뷰 중 '소비자와의 친밀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김 MD는 다음과 같은 다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혼자 만족하고 설득하는 게 아닌, 동료와 소비자가 만족하고 설득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