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K-푸드와 K-뷰티 업계의 대응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는 유가 상승과 해상 운임 증가, 환율 변동 등으로 비용 부담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면, 중동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K-뷰티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의 중동 지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6% 증가한 4억1천만달러(약 6천억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라면 수출은 4천750만달러(약 690억원)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스류와 아이스크림도 각각 480만달러(약 70억원), 380만달러(약 55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0%대 성장률을 보였다.
다만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 환율 변동 등 새로운 변수도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와 원재료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식품업계의 수익성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 정세 불안의 핵심 변수로는 호르무즈 해협이 꼽힌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주요 에너지 수송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약 70%도 이곳을 지난다.
한국무역협회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해상 운임이 50~80%가량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4개월 만에 1천450원 아래로 내려가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환율은 다시 급등세를 나타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시간 4일 0시 20분께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을 넘어섰다.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며 환율은 장중 한때 1천506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1천500원 아래로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식품업계는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원가 부담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양식품은 2021년 현지 유통업체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독점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1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란은 수출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중동 수출 물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해협 봉쇄 시 오만으로 우회하거나 해상·육상 복합 운송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길어 재고 관리에 일정 부분 여유가 있다"며 "다만 전쟁 여파로 중동 운항 노선이 중단될 경우 유럽 항로 선복 감소와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중동 지역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상황 전개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지만, 유가와 환율, 해상 운임 변동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출 차질이 발생한 상황은 아니지만, 유류비와 국내외 물류비, 생산비 등 원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동을 신흥 시장으로 공략해 온 K-뷰티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재 중동 지역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원가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중동 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원자재 수급과 물류, 환율 등 전반적인 사업 영향 요인을 점검하고 있다"며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당사는 미국과 일본을 주력 시장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미·일 3개국 매출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며 "중동 시장은 주요 진출 국가가 아닌 만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중동발 리스크에 따른 수익성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해당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물류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