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몸의 피로를 씻어내는 사우나. 단 몇 분간의 땀으로 개운함을 느끼며, 피부에 윤기가 도는 듯한 착각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사우나를 '건강과 미용의 비법'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피부과학은 이러한 믿음에 경고를 보냅니다. 바로 '열노화(thermal aging)'라는 개념입니다.
◆ 열도 피부를 늙게 한다…콜라겐 분해 유도하는 고온 스트레스
우리는 자외선이 피부 노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에 익숙합니다. 자외선은 MMP(Matrix Metalloproteinase)라는 효소의 생성을 유도하여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분해하고, 이는 주름과 탄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자외선만이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온 환경 역시 MMP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반복적인 열 노출이 콜라겐 구조를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피부는 점차 탄력을 잃고 주름이 깊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현상을 열노화라 부릅니다.
◆ 직업적 열노출 사례가 보여주는 피부 변화의 증거
열노화는 이론적 개념에 머물지 않습니다. 제빵사의 팔, 유리공예가의 얼굴, 용접공의 손 등 고온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군의 피부는 평균보다 더 빠르게 노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체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콜라겐 단백질이 고온에서 구조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온 사우나 역시 피부에 반복적인 열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입니다. 장시간 사우나에 노출될 경우, 피부 속 단백질 구조가 변형되고 활성산소가 생성되며, 이는 염증 반응과 색소침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보타닉센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20/art_17472151880914_e328c1.png)
◆ '열성홍반' 주의…사우나가 유발할 수 있는 피부 질환
사우나처럼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의 반복적인 열 자극은, '열성홍반(erythema ab igne)'이라는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주로 난로나 온열기 앞에 장시간 노출된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붉은 얼룩이 생기고 점차 색소침착이나 조직의 변성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고온 사우나 또한 유사한 자극 환경이므로, 과도한 이용은 피부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 피부를 지키는 건강한 사우나 습관
사우나는 적절히 활용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일시적인 피부 정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온 사우나(80도 이상)는 10분 이내로 제한할 것 ▲사우나 후 찬물 샤워로 피부 온도를 즉시 낮춰줄 것 ▲반드시 보습제 또는 쿨링 젤을 이용해 피부를 진정시킬 것 ▲사우나 전후로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할 것 ▲민감성 피부나 염증이 있을 경우 사우나는 피할 것 등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보타닉센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20/art_17472151930656_e3f4e0.png)
◆ 사우나 후, 피부 장벽 회복이 핵심입니다
사우나 후 피부는 수분이 급격히 증발하고, 일시적으로 보호 장벽이 약화된 상태입니다. 이때는 단순 보습이 아닌, 피부 생리학에 기반한 진정·보습·장벽 회복 기능을 갖춘 제품의 활용이 필요합니다.
◆ 피부도 사우나 후, '휴식'이 필요합니다
사우나가 몸의 피로를 씻어내는 것처럼, 피부에도 회복을 위한 시간과 관리를 제공해야 합니다. 뜨거운 사우나로 인한 짧은 개운함이 장기적으로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현명한 이용 습관을 통해 피부 건강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참고문헌
Soyun C et al. (2009),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Symposium Proceedings, 14(1): 15-19
글 / 박태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1995~)
㈜보타닉센스 대표이사 (2017~)
연세대학교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2012~2014)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특별위원회 위원장 (2011~2013)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Editorial Board Member (2011~)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Executive Editorial Board Member (2011~)
미국 스탠포드의과대학 선임연구원 (1994~1995)
미국 팔로알토의학재단연구소 박사후연구원 (1991~1994)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데이비스 캠퍼스) 영양학 박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