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주년 특집_다음 6년을 묻다 ⑩청소년과 게임] "게임 과몰입, 대부분 자연 회복"…이젠 '리터러시 교육'이 해법

등록 2025.06.23 10:00:12 수정 2025.06.23 10:00:16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장기 추적 결과, 과몰입 지속 사례 '0%'…자연 회복 경향 뚜렷
청소년도 문제군에서 일반군으로…"일시적인 몰입 현상일 뿐"
학부모 불안 인식도 감소 추세…'게임=위험' 프레임은 무리수
'시간' 아닌 '조절'이 핵심 변수…'게임 리터러시' 중요성 부상
질병코드 도입은 소강 국면…정책은 자율조절 교육으로 선회
"진단보다 회복…규제보다 예방 중심 생태계 구축이 더 중요"

2025년 6월, 청년일보가 창간 6주년을 맞았습니다. 6년 전, 코로나19는 삶의 방식과 일상의 속도를 근본부터 바꿔놓았습니다.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혼란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어느새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익숙함 뒤에는 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하고, 소비하고, 배우고, 돌보는 방식까지 모두 달라졌습니다. 이번 창간 기획은 지난 6년을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6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취업, 집값, 전세사기, 청년지원, 금융, 식생활, 의료와 교육, 소상공인, 유통·택배, 청소년 게임 등 생활과 밀접한 11개 분야를 11명의 기자가 심층 진단합니다.

이 기획은 기록이자 통찰이며, 동시에 질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살고 있으며,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11편의 기획 보도를 통해 그 답을 함께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분류(ICD-11)에 포함한 이후 촉발된 국내 논쟁은, 2025년 현재까지 '도입 유보'라는 정치적 판단 속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 6년간의 논의와 실증 조사 결과는 단순한 도입 찬반을 넘어,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정서적·심리적 요인을 보다 정교하게 들여다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 '과몰입' 지속 사례 극히 드물어…문제 행동은 일시적 경향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5년간 추적한 ‘2024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5차년도)’에서 2020년부터 동일 집단을 장기 관찰한 결과, 게임 과몰입군이 2년 이상 지속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동·청소년은 물론 성인을 포함해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연구는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게임이용자 1천625명(아동·청소년 924명, 성인 701명)을 대상으로 5년간 동일한 패널을 구성해 관찰한 국내 최초의 게임 종단 데이터다. 전체 패널 유지율 90% 이상이라는 고무적 성과를 바탕으로, 게임이용과 문제행동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추적했으며, 이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 결과, 다수의 응답자는 ‘과몰입 위험군’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일반 이용자군’이나 ‘선용군(건강한 활용군)’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성인의 경우, 과몰입군으로 시작한 참여자 중 5년 뒤에도 동일 상태를 유지한 비율은 0%였으며, 처음부터 문제 없음으로 분류된 대조집단의 상태를 유지한 비율은 43.4%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는 '게임이 문제적 행동의 직접적 원인인가'라는 질문에 회의적 시선을 던진다.

 

연구진은 "게임이용장애보다 개인의 생애주기 변화, 심리적 요인이 문제 행동의 선행 변수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청소년 게임 행동도 '문제적'에서 '일반적'으로 이동 중

 

‘2024 아동청소년 게임행동 종합 실태조사’ 역시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문제적 게임이용군은 전체 청소년 게임 이용자의 3.0%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일반 이용자군은 72.1%로 증가했다.

 

조사에 따르면, 문제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의 66.8%는 거의 매일 게임을 이용하며, 절반 이상은 하루 3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중 다수는 학년 상승이나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일반군 또는 미이용군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자녀의 게임 이용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차 조사 당시 34.5%에서 5차년도에는 19.5%로 하락했다. 심리·정서적 불안을 우려한 응답 비율도 같은 기간 66%에서 48%로 감소했다.

 

◆ '게임 리터러시'가 핵심 변수

 

두 연구는 공통적으로, 게임 과몰입이나 문제행동을 단순히 이용 시간이나 콘텐츠의 특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게임조절력과 게임활용력, 즉 '게임 리터러시'가 행동 유형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 리터러시는 게임을 스스로 조절하고,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뜻한다.

 

실제로 게임 리터러시가 높은 집단은 게임 이용 시간과 상관없이 삶의 만족도와 심리적 안정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리터러시 수준이 낮은 집단은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높았으며, 게임 관련 지출에서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 질병코드 도입 논쟁은 소강…정책은 자율조절 강화로

 

2025년 현재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ICD-11을 국내 질병분류체계(KCD)에 반영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검토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통계청은 KCD 개정 시점을 2027년, 실제 적용 시점을 2031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일부 시범 적용 기관에서 게임이용장애 코드(6C51)를 사용할 수는 있으나, 이는 보건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정부는 자율조절 기반의 교육·예방 중심 정책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주요 정책으로는 게임행동 리터러시 교육, 학부모와 자녀 간 대화 유도, 게임의 긍정적 활용 사례 확산 등이 추진되고 있다. 

 

◆ 향후 6년 과제…진단 아닌 '환경 설계'

 

연구에 따르면, 향후 게임 관련 정책은 기존의 '중독 대응' 중심에서 '건강한 이용환경 조성'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접근보다, 자기조절력과 활용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생태계 설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진들은 "게임이 일시적 몰입을 유발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생애주기·환경 변화에 따라 조절력이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도 이제는 낙인 중심 질병 관점에서 벗어나, 예방과 회복 중심의 정책을 설계할 때"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게임과몰입에 대해 실제보다 과잉해석된 개념일 수 있음을 데이터가 보여줬다"며 "앞으로의 정책은 치료보다 조절, 규제보다 리터러시로 옮겨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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