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주년 특집_다음 6년을 묻다 ⑥식생활과 소비] 밥값 올린 배달 플랫폼…李정부 ‘공정 개입’ 시동

등록 2025.06.23 10:00:18 수정 2025.06.23 10:01:23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배달 플랫폼, 음식 주문 편의성 증대…코로나19 확산 계기 '급성장'
'깜깜이 기준' 속 배달 수수료 산정…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 가중
李 "수수료 상한제 도입" 공약…與 "사회적 합의 통한 노력 지속"

2025년 6월, 청년일보가 창간 6주년을 맞았습니다. 6년 전, 코로나19는 삶의 방식과 일상의 속도를 근본부터 바꿔놓았습니다.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혼란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어느새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익숙함 뒤에는 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하고, 소비하고, 배우고, 돌보는 방식까지 모두 달라졌습니다. 이번 창간 기획은 지난 6년을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6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취업, 집값, 전세사기, 청년지원, 금융, 식생활, 의료와 교육, 소상공인, 유통·택배, 청소년 게임 등 생활과 밀접한 11개 분야를 11명의 기자가 심층 진단합니다.

이 기획은 기록이자 통찰이며, 동시에 질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살고 있으며,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11편의 기획 보도를 통해 그 답을 함께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자의 일상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새로운 기업 형태가 있다.

 

바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업체다.

 

배달 플랫폼은 과거 전단지를 보며 일일이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이 지연되면 직접적으로 소통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완화한 것은 물론, '비대면 배달'을 급속도로 확산시키며 소비자의 일상에 빠른 속도로 스며들었다.

 

약 6여 년 전, 배달 플랫폼은 이처럼 비대면 배달 방식을 전파하며 음식 배달로 인한 코로나19 전파를 일정 부분 차단하는 데 기여하고, 소비자의 편의성을 증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배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적잖은 부작용도 점증하고 있다. 법률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로 인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과 배달 기사(라이더)의 고통이 가중되는 한편, 소비자의 밥상 물가에도 직접적인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갈등이 고조되자 작년 배달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사이의 '차등 수수료안'을 골자로 하는 자율 상생안이 시행됐지만, 이해관계자들 간의 소모적 충돌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배달 플랫폼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외식 물가를 인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플랫폼 관련 입법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도 끝도 없는 밥상 물가 상승"…원흉 지목된 '배달 중개 수수료'

 

배달 플랫폼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을 등에 업고 급속도로 성장했다.

 

업계 1위 배민은 지난 2019년 5천65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조9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배민은 2021년 2조292억원, 2022년 2조9천47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했고, 2023년에는 4조3천226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이며, 첫 4조원의 고지를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시기 크게 증가했다. 배민은 2020년 동종 업계 경쟁 등의 요인으로 75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지만, 2023년 6천998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며 '공룡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배달 플랫폼의 주요 수익원은 '배달 중개 수수료(이하 배달 수수료)'다. 배달 수수료는 배달 플랫폼이 소비자와 입점업체(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를 연결해 주는 대가로 지불 받는 금액이다.

 

현재는 작년 합의한 차등 수수료안으로 인해 주문 금액의 2.0%~9.8%를 입점업체의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하고 있지만, 이 합의안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9.8%의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부과했다.

 

만약 소비자가 2만5천원어치의 음식을 주문했다면, 배달 플랫폼은 2천450원의 수수료(PG사 수수료 별도)를 수령하는 셈이다.

 

문제는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체계'가 어떠한 법적 기준이나 규제에 근거에 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9.8%라는 배달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기업은 쿠팡이츠지만, 이후 배민 등 경쟁사들도 이 수치를 기준 삼아 평균 배달 수수료를 산정하기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어떤 법적 근거에 기준해서 배달 수수료를 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의 자체적인 기준과 판단에 따른 수치"라고 언급했다.

 

또한, 각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이 수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배달 수수료에 시스템 운영 비용,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다는 일반적인 주장을 내놓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산출법에 의해 이러한 수치가 산정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침묵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이 이처럼 '장막' 속에서 배달 수수료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동안, 소비자들의 외식 물가는 급격하게 상승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0%대를 유지했지만, 외식 중심의 먹거리 물가는 20% 이상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김밥·햄버거·짜장면 등 대부분의 '국민 음식' 가격이 5년간 30% 이상 급증하며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정부 역시 이와 같은 외식 물가 급증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배달 플랫폼의 배달 수수료를 지목하고 있다.

 

올해 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배달앱 수수료 부담으로 이중가격제를 도입, 외식가격 인상에 따라 외식물가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외식업체 경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피자·치킨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종에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율이 42.3~83.4%로 높게 조사됐다"며 "소비자공익네트워크에서 2월 14일 외식업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봐도, 외식업 점주들이 사업장 운영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배달앱 수수료(7점 만점에 5.68점)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점주의 47.6%는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커져 메뉴 가격을 인상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고, 34.8%는 배달앱 메뉴 가격을 오프라인 매장보다 높게 설정한 '이중 가격'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즉, 법적 기준도 없이 자의적으로 마련된 배달 수수료로 인해 입점업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외식 메뉴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비단 배달 수수료 뿐만이 아니다. 그간 배달 플랫폼은 입점업체에 '최혜 대우 요구'를 해오며 입점업체의 부담을 더욱 심화시켰다. 최혜 대우는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자사에서 거래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 등 거래 조건을 다른 유통경로를 이용할 때 대비 동등하거나 더 유리한 수준으로 강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이와 같은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올해 3월부터 배민과 쿠팡이츠의 최혜 대우 요구 사건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최혜 대우 요구 등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에 가능한 다양한 행태로 입점업체의 부담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 수익 구조로 인해 소비자 외식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분명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李대통령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민주당 을지위 "사회적 대화 지속"

 

지난달 4일 새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배달 플랫폼을 겨냥한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한 바 있다. 법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입점업체·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중단하고, 업계에 부합하는 다양한 법률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기간 페이스북을 통해 "플랫폼 중개 수수료율 차별을 금지하고,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사의 '갑을 관계'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입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은 ▲플랫폼 중개 수수료율 차별 금지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제 이 대통령의 약속이 이행될 경우 작년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합의돼 시행되고 있는 차등 수수료안은 재임 기간 중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와 같은 법률에 대한 입법에 앞서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사회적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배달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간 사회적 대화는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이하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실제 지난 19일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배민과 입점업체 단체들은 1만원 미만의 주문 금액의 경우 배달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방안에 합의했다. 을지로위원회가 배민·쿠팡이츠 등과 사회적 대화 시작한 이후 첫번째 가시적인 성과다. 이 상생안은 오는 7월 시행될 예정이다.

 

민주당 을지위원회 관계자는 "작년 5월 중순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의 입점업체 측의 천막 농성을 중지하며 국회의장실과 을지로위원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이후 매주 회의를 진행하며 입점업체들의 다양한 의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통해 정부 주도로 상생안이 마련됐지만, 입점업체의 실질적인 부담이 완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매출을 기준으로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다 보니 대부분 매출 상위 구간에 위치하게 돼 사실상 상생안의 도입 취지가 무색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을지로위원회 측은 배달 수수료를 포함해 PG사 수수료, 배달비, 광고비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이츠에서 시작된 무료배달 경쟁을 배민 측에서도 이어가며 경쟁이 심화되고 그 부담이 입점업체에 전가된 바 있다"며 "이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인식 하에 추가 논의를 지속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을지로위원회는 쿠팡이츠 측과 올해 3월부터 사회적 대화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이 과정이 보류돼 있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배달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입법에 앞서 발전된 합의안을 내놓기 위한 사회적 대화 진행에 긍정적 평가를 보내고 있다.

 

플랫폼 업계에 능통한 한 학계 인사는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애로를 듣고, 법적 규제를 마련하기 이전에 자율적 상생안을 도출하기 위해 유도하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작년 자율적 합의가 입점업체 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더 진보된 형태의 합의 사항을 지속적으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회적 합의에 어느 정도 진척이 있다고 할지라도, 배달 수수료 산정 기준 등 현재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배달 플랫폼 산업에 대한 추가 입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업체 측은 무료배달로 촉발된 무한 출혈경쟁 등의 재현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학계의 한 전문가는 "배달 플랫폼 규제에 관한 입법 중 반드시 반영돼야 할 사항은 배달 플랫폼이 운영하는 중개 시스템 및 알고리즘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 의무"라며 "배달 중개 시스템 운영에 대한 정보를 이해관계자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배달 수수료율을 자의적으로 책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한 정보 공개가 선행돼야 입점업체, 라이더, 소비자 등과의 원만한 소통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며 "시스템의 모든 사항을 공개하기는 어렵겠지만, 법적 기준에 근거한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 공개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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