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주년 특집_다음 6년을 묻다 ⑧교육] ‘코로나 이후’ 사라진 교실의 웃음…80% 사교육 사회의 맨얼굴

등록 2025.06.23 10:00:14 수정 2025.06.23 10:00:18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탓에…'언택트 교육' 신조어 탄생
입시 경쟁에 사교육 광풍…작년 사교육비 월 50만원 육박

2025년 6월, 청년일보가 창간 6주년을 맞았습니다. 6년 전, 코로나19는 삶의 방식과 일상의 속도를 근본부터 바꿔놓았습니다.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혼란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어느새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익숙함 뒤에는 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하고, 소비하고, 배우고, 돌보는 방식까지 모두 달라졌습니다. 이번 창간 기획은 지난 6년을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6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취업, 집값, 전세사기, 청년지원, 금융, 식생활, 의료와 교육, 소상공인, 유통·택배, 청소년 게임 등 생활과 밀접한 11개 분야를 11명의 기자가 심층 진단합니다.

이 기획은 기록이자 통찰이며, 동시에 질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살고 있으며,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11편의 기획 보도를 통해 그 답을 함께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지난 2020년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회적 불안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며 우리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이 같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특히 초·중·고 교육 현장에선 비대면 형태의 이른바 '언택트(untact) 교육'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으며, 대부분의 대면 수업이 온라인 수업(언택트)으로 전환됐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면서 많은 학생이 교우관계 형성이 저하됐다고 생각하거나 우울이나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우울·불안감 호소…초중고생 43.2% "학업 스트레스 증가"

 

앞서 지난 2022년 4월, 교육부가 코로나19 장기화가 학생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초·중·고생 34만1천4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정신건강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27.0%(5만6천748명)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우울해졌다고 답했다. 불안감이 커졌다고 답한 초등학생은 26.3%(5만5천373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이나 불안은 중·고등학생에게서도 나타났으며, '불안'보다는 '우울' 정서가 높았다. 중·고생의 12.2%는 '최근 2주간 7일 이상 우울한 감정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불안한 감정을 경험'했다고 중·고생도 7.0%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됨에 따른 것으로, 여러 감정 가운데 특히 '우울' 증세가 높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코로나 장기화는 학생들의 대인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등교 차질로 초·중·고생의 31.5%는 코로나19 이후 친구와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생각했으며, 선생님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느끼는 응답도 20.3%로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며 응답 학생의 73.8%는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시간도 늘었다고 답했다. 원격수업을 병행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초등 1~4학년에서 늘었다는 응답(83.5%)이 가장 많았고 ▲초등 5~6학년 78.8% ▲중학생 62.1% ▲고교생 56.9% 순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성적 저하 우려로 전체 초중고생의 43.2%는 학업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그 중 초등학교 1~4학년생이 44.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초등학교 5~6학년생(43.9%) ▲고등학생(43.7%) ▲중학생(39.8%) 순으로 조사됐다. 학업 스트레스가 감소했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 “입시 경쟁 격화에 사교육 열풍…참여율 ‘80%’ 첫 돌파”

 

온라인 수업이 채워주지 못하는 학습의 공백을 메꾸고 입시 경쟁이 한층 과열되면서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에 눈독을 들였고, 일명 '사교육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통계청과 교육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사교육 참여율은 67.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4.8%)보다 낮았으며, 이는 감염 확산 우려로 방역 기준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등교가 정상화된 2021년 사교육 참여율은 75.5%로 전년보다 8.4%포인트(p) 높아졌다. 이후 2022년 78.3%, 2023년 78.5%의 참여율을 보였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80%를 돌파했다.

 

또한 1인당 사교육비도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다. 최근 6년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9년 32만1천원 ▲2020년 30만2천원 ▲2021년 36만7천원 ▲2022년 41만원 ▲2023년 43만4천원 ▲2024년 47만4천원에 달한다. 

 

일각에선 사교육 의존도 원인을 두고 나날이 치열해지는 입시 경쟁 속 공교육만으론 이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며 초·중생 두 자녀를 양육 중인 A씨는 "상위권 중에서도 특히 의과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늘었다"면서 "특히 서울 목동이나 대치동은 소위 '영유아 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교육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아이가 남들보다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공교육 체제만으로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더해 맞벌이 부부 비중이 증가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입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현실적으로 내다봤을 때 학부모들의 사교육 욕구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사교육 시장 비대화로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경제 사정이 녹록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비용 지출이 증가하는 건 취업난 등이 반영된 결과로도 풀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취업에 잘 되려면 결국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심리적 요인이 사교육 소비 행위와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사교육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결국 다른 부문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내수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4세·7세 고시반 등 영유아 조기 사교육 광풍…"뇌 발달·정서적 안정에 악영향"

 

최근 4세·7세 고시반, 초등 의대반 등 조기 사교육 광풍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조기 사교육이 영유아의 뇌 발달과 정서적 안정, 자존감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엄소용 연세대 의대 교수는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연 '사교육 경감 프로젝트를 위한 시민 토론'에서 "영유아기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학업 중심일 경우, 이 시기 발달에 중요한 창의성·놀이 능력·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영유아기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인지 기능과 정서적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외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준비되지 않은 시기의 이른 학습 경험은 이후 학령기에 학업 흥미를 떨어뜨리고, 학습 동기를 저하해 학습 부진과 자존감 저하,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교육 광풍이 극에 달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일각에선 향후 교육 정책에 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15일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역 곳곳에 '자기주도학습센터'를 설치해 사교육비 부담도 줄이겠다"면서 "과도한 유아 사교육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해법이 마련되도록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돕겠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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