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합병" vs "독자경영"...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라이프플래닛 행보 '고심'

등록 2025.06.26 08:00:04 수정 2025.06.26 10:02:21
김두환 기자 kdh7777@youthdaily.co.kr

교보생명, 11년 적자 자회사 교보플래닛 흡수합병 여부 주목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추가 증자 등 재무적 부담 증가
한화손해보험, 적자 자회사 캐롯손해보험 흡수합병 결정 영향
일각 "디지털 보험 전략 재정비 신호"...흡수합병 가능성에 관심
신중하·신중현 두아들 업무 중복...흡수합병시 역할 분담 '고민'

 

【 청년일보 】 교보생명이 100%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와의 합병 여부를 두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교보생명이 출범 후 11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해 추가 자본투입을 통해 독자 경영을 이어갈 지와 교보생명으로 편입할 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새 보험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디지털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한화손해보험이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자회사인 디지털 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면서 교보생명도 교보라이프플래닛의 합병 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선 교보라이프플래닛이 11년 전 미래사업 차원에서 설립된 디지털 보험사인 만큼 흡수합병 추진이 신 회장의 디지털 전략 수정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두 아들이 각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향후 역할 정비 등 내부 조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교보라이프플래닛과의 흡수합병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9월, 교보생명과 일본 라이프넷생명이 공동 설립한 국내 최초 온라인 전용 생명보험사로 출발했다. 현재는 교보생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11년간 누적 손실이 약 2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해 수익성 회복이 요원한 상황으로, 흑자 전환이라는 숙제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디지털보험사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교보생명으로의 편입을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국내 보험사들은 미래 이익을 뜻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판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주력으로 하는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은 팔수록 CSM 확보에 부담이 되는 '골칫거리' 상품으로 전락했다.

 

이에 교보라이프플래닛도 2023년 이후 암보험과 정기보험 등에 집중했으나, 보장성보험은 상품내용이 까다롭고 가입절차도 복잡해 설계사가 아닌 비대면 채널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장기간 실적 부진에 빠지자,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을 대상으로 외부 경영진단을 실시하는 등 회사의 존속 여부에 대해 크게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진행한 외부 경영진단 결과에 따르면,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경영 정상화 비용은 3천5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까지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랫닛에 증자를 통해 투입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플래닛에 6차례에 걸쳐 3천37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한화손해보험이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던 디지털 보험자회사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면서 교보생명도 합병 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캐롯손해보험은 2019년 출범 첫 해 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뒤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했다. 연도별 적자규모를 살펴보면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795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 등이다.  이에 한화손해보험은 오는 9월 10일 캐롯손해보험을 통합하는 합병 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신창재 회장이 교보라이프플랫닛과 흡수합병시 11년전 미래사업 차원에서 설립한 디지털 보험사에 대한 경영 실패라는 부담과 두 아들의 업무가 중복되는 것이 흡수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최종 의사결정에 고심이 클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에서 최근 외부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 2년간 3천500억원 정도로 증자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당장 내년 초에만 1천500억원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정도 금액을 유상증자하느니 그냥 흡수합병 하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두고 신창재 회장 입장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 생명보험사를 출범시켰다는 상징성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교보라이프플래닛 출범 초기 시절이던 2013년 "온라인으로 모든 절차가 이뤄지는 만큼 영업하기는 쉽지 않다. 향후 5~6년은 지나야 어느 정도 성공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신창재 회장 두 아들의 업무가 중복되는 것 또한 신 회장이 고심하는 대목으로 지적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씨는 1981년생으로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하면서 보험업권에 발을 들였다.


2021년에 교보생명 정보통신 자회사 교보정보통신에서 디지털혁신 신사업 팀장을 지낸 뒤 교보정보통신 자회사 디플래닉스에서도 디지털 운영전략 업무를 맡았다.


2022년에는 교보생명 그룹디지털전환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 4월부터는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 태스크포스(TF)장으로 그 역할과 권한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신 회장의 차남 신중현씨는 1983년생으로 2020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혁신팀 매니저로 입사해 디지털 보험 관련 역량을 쌓아왔다.

 

지난달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팀장에서 디지털전략실장으로 선임된 신중현 실장은 현재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각종 사업전략 수립과 데이터 분석, 서비스 고도화, 신규 서비스 개발 등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두 아들 모두 디지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러한 중복된 업무 배치는 교보생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해석됐다.

 

다만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을 흡수합병시 두 아들의 업무 구분을 두고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두 아들의 업무는 교보생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알려졌다"면서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을 흡수합병시에는 중복된 부분이 있어 신창재 회장으로서도 고민이 깊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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