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시설보다 '삶'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부모님이 예전보다 자주 넘어지시고, 식사도 제때 챙기지 못하신다. 약 복용을 잊어버리는 일도 잦아졌다. 가슴 한쪽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젠 요양시설을 알아봐야 하나?" 이 질문 앞에서 수많은 가족이 멈칫한다. 죄책감, 걱정, 정보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연 잘 모시게 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미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 요양시설은 더 이상 특수한 상황에서의 대안이 아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감정의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어떤 기준으로 요양시설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양시설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운영되며,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크게 나누면 입소형 요양시설과 주야간보호센터로 구분할 수 있다. 입소형은 치매나 와상 상태 등 상시 관리가 필요한 어르신에게 적합하고, 통원형은 낮 시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 활용된다.
가족 입장에서 중요한 점은, 이곳이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부모님의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이다. 요양시설 선택은 단순한 '시설 고르기'가 아닌, 부모님의 생활 방식과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과정이다.
요양시설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부분은 공신력이다. 해당 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는지, 최근 평가 등급은 어떠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의료 대응 체계 또한 핵심이다. 어르신의 건강 상태는 하루에도 수차례 변할 수 있기에, 정기적으로 의사가 왕진하거나 협력 병원과 연계된 시스템을 갖춘 곳이 바람직하다. 응급 상황 시 얼마나 신속하게 이송이 가능한지, 낙상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체계는 마련돼 있는지 확인해보자.
시설의 청결과 안전도 중요하다. 통풍이 잘 되고 조명이 밝은지, 미끄럼 방지가 되어 있는지, 냄새는 어떤지 직접 발로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 시설의 첫 인상은 종종 그 운영 철학을 말해준다. 어르신들의 침실과 공동 공간이 얼마나 정리돼 있고, 사용하는 물건이 위생적으로 관리되는지는 신뢰의 바로미터다.
돌봄 인력의 수준도 관건이다. 보호사의 수만큼이나 근속 연수와 인성, 태도가 중요하다. 장기 근속자가 많고, 어르신들이 보호사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관계 형성이 잘 되어 있다는 의미다. 돌봄은 단지 숙련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감정의 노동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요양시설은 '평균적으로 좋은 곳'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에게 맞는 곳'이어야 한다. 거동이 가능하다면 야외 산책 공간이 중요하고, 치매가 있다면 인지 관리에 집중하는 시설이 더 적합하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공동 공간이 잘 마련돼 있는 시설이 어울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부모님의 상태와 생활 습관을 바탕으로 맞춤형 선택을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요양시설을 결정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입소는 부모님의 안전과 존엄을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돌봄을 '맡긴다'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태도다. 정기적인 방문과 소통, 생활 기록 확인, 함께 나누는 짧은 대화들이 바로 가족의 역할이며, 부모님의 정서적 안정을 지켜주는 힘이 된다.
이제는 시설의 규모나 가격보다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부모님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존중하려 하는가" 그 질문에 성실히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결국 좋은 시설을 찾을 수 있다.
요양시설을 고민하는 지금, 우리는 공간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존엄과 사랑을 어떻게 지킬지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