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경기도 성남에 창고형 약국이 오픈했다. 오픈 직후부터 창고형 약국은 수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과 방문이 이어지면서 약국의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다. 하지만 약사들은 이러한 창고형 약국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충분한 복약지도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로 구성돼 있어 자칫 약물 오남용 조장과 이로 인한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이유와 창고형 약국으로 인한 변화가 건강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지, 창고형 약국의 미래는 어떠할지 등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창고형 약국, 새로운 소비자 중심 약국 제시
(中) “국민 건강·생태계 위협(?)”…창고형 약국, 등장 반년 만에 ‘규제 대상’
(下) “약국가부터 보건의료체계까지”…창고형 약국과 우리 사회의 변화는?
【 청년일보 】 창고형 약국 등장 이후 소비자들의 관심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창고형 약국의 성공 요인으로는 기존 동네약국 대비 넓은 공간을 바탕으로 다양한 일반의약품 등의 제품들이 구비돼 있는 ‘다양성’과 ‘선택권’ 보장이 점쳐지고 있다.
또한, 제약업계에서는 창고형 약국이 하나의 판로가 될 수 있다는 점과 특히 기존에는 약국들이 선택하지 않았던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보이고 판매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창고형 약국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소비자, 창고형 약국 대해 ‘호평’…“성공 요인, 다양성·선택권 존중 전략”
7일 창고형 약국업계와 SNS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이 등장한 지난 6월부터 현재(11월)에 이르기까지 창고형 약국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인터넷 블로그·카페나 유튜브 등 SNS로부터 “무좀약 같은거 살때는 민망한데, 혼자 비교할 수 있어서 편하다”, “대부분 약국보다 저렴해서 필요한 것들을 사왔다”,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 만족도는 100%다” 등의 창고형 약국 방문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도 창고형 약국을 처음 방문한 한 소비자로부터 “창고형 약국은 자유롭게 의약품 등을 둘러보고 필요하거나 찾는 의약품만 선택해 구매할 수 있어 기존 약국보다 좋은 것 같다”는 등의 호평을 들을 수 있었다.
창고형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는 “개인적으로 기존 약국보다 사람이 많이 올 줄은 몰랐다”며, “창고형 약국과 같은 형태의 약국이 많은 소비자분들께서 원하시던 약국이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하는 등 약국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창고형 약국 업계는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으로 ▲편의성 ▲다양성 ▲선택권 보장 ▲저렴한 가격 ▲쾌적한 환경 등을 꼽았다.
특히 공간의 한계로 기존의 약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상품들을 살필 수 있고, 직접 다른 상품과 ▲가격 ▲성분 ▲정보 등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창고형 약국 업계 관계자는 “기존 약국들은 공간의 한계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비치할 수 없었던 문제가 있었다”며, “창고형 약국은 기존 약국보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익숙한 형태의 공간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볼 수 있는 구조의 약국”이라고 말했다.
◆ 동네약국, 창고형 약국 등장으로 ‘공간 한계’ 조명…“대표·광고 제품 중심 구비”
창고형 약국 등장으로 재차 드러난 상품 다양성 부족과 그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 제한은 약국가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문제다.
다만, ‘공간’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추가로 소비자가 찾는 의약품 등을 구비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기존의 대다수 약국(동네약국)들은 상품 재고 문제와 판매 효율 및 처방전 조제를 위한 전문의약품 비축 등을 고려해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 제품(의약품 등)이거나 대대적으로 광고가 이루어지고 있는 제품 위주로 구매·비치하고 있다.
약사 A씨는 “공간도 작고 굳이 똑같은 질환 치료를 대상으로 하는 동일 성분의 의약품을 제품별로 들여놓을 필요가 없어 제품별로 비치해도 다 나가는 것은 아니어서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제품 위주로 구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사 B씨는 “일반의약품 등은 인지도가 있는 의약품이어야 판매가 이루어진다”면서 “소비자들이 광고를 보고 사러 오는 경향 등을 고려해 제품들을 구매·비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약사 C씨는 “의약품 사입 시 1~2개씩 들여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고를 소진할 자신이 없는 부분도 있다”면서 “동일 질환 대상 동일 성분의 일반의약품을 다양하게 구비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 제약업계, 창고형 약국 대한 관심·기대有…“대표·광고 제품外 제품 위한 판로”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기존 약국들의 근본적인 한계와 이러한 한계를 개선한 창고형 약국의 등장 및 창고형 약국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중소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자사의 상품들을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진열 및 노출을 통해 홍보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망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생산·공급하는 제품의 가짓수가 많은 반면, 기존의 약국들은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대표 품목 ▲광고 제품 ▲高마진 제품 등을 중심으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인해 ▲대표 품목 ▲광고 제품 ▲高마진 제품이 아닌 제품들은 선택의 기회가 없는 편”이라면서 “창고형 약국은 광고 등을 하지 않는 브랜드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만, 약사들의 반발이 심함은 물론, 제약사들이 창고형 약국에 물품을 주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중간에 낀 제약사들은 난처한 상황”이라면서 “시간이 흘러 이해관계의 대립이 정리되고 유통구조가 정립되기 이전까지는 제약사들이 눈치싸움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은 90년대 후반 당시 종로 등에 많이 들어서던 대형약국의 현대화된 형태인 것 같다”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관계처럼 창고형 약국과 동네약국은 유통의 위치가 다른 유통채널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창고형 약국 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 산업 초창기에는 여러 제약사에 입점 제안을 요청해도 거절당하기 일수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제약사에서 제안서가 올 정도로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면서 “소비자 반응이 확인되면서 창고형 약국이 제약사들에게 하나의 유통망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