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롯데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교체하는 초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각 사업군을 이끌던 4명의 부회장단이 전원 용퇴를 결정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은 그룹의 핵심 신사업과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선봉장을 맡는다.
26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지주 포함 36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이날 오후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슈퍼, 롯데e커머스 등 유통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롯데웰푸드, 롯데건설 등의 CEO 20명을 교체했다.
비상경영 상황 속 턴어라운드를 만들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 개편과 핵심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혁신을 확산시킬 수 있는 인적 쇄신에 중점을 뒀다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지주와 유통, 식품 등에서 사업 전반을 총괄하던 부회장단 4인의 용퇴가 눈에 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1960년생, 65세),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1962년생, 63세),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1963년생, 62세),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1960년생, 65세) 등 '60대 주축' 부회장단 전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동우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맡은 이래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과 미래 역량 강화에 매진했다. 이영구 부회장과 김상현 부회장은 식품과 유통사들의 글로벌 사업 확대에 기여했다.
박현철 부회장은 롯데건설을 재무 안정화를 높여 시장 불안을 조기에 종식시켰다. 4명의 부회장은 젊고 새로운 리더십 중심으로 혁신의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2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이 롯데지주 사장을 맡는다. 국내 대기업 최초 직무 기반 HR제도 도입, 생산성 고도화 등 그룹 전반에 HR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한 점을 인정받았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는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에 내정돼 마트와 슈퍼의 통합 조직 관리, e그로서리사업 안정화, 글로벌 사업 확장의 중책을 맡게 됐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에는 정현석 롯데백화점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유통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신임 대표는 1975년생으로 롯데백화점뿐 아니라 업계 역대 최연소 CEO에 올랐다. 직전 정준호 대표(1965년생)보다 10년 이상 젊어지면서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힌다.
2000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2020년 유니클로 운영사인 FRL코리아 대표를 맡아 불리한 시장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행력 강화 중심의 실무형 조직으로 바꾸는 것도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다. 그룹의 미래사업 발굴 및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맡은 롯데지주가 대표적이다.
롯데지주는 고정욱 사장과 노준형 사장이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각각 재무와 경영관리, 전략과 기획 등 두 파트로 나눠 전문성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1966년생인 고정욱 사장은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으로서 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했고, 1968년생인 노준형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서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계열사의 혁신을 가속화했다.
아울러 신 회장의 장남인 '3세 경영자'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올해 승진하지 않았다.
다만, 신 부사장은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아 그룹의 주요 신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사업을 공동 지휘하게 되며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여기에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중책을 맡아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할 예정이다.
이밖에 롯데는 여성인재 등용 원칙도 유지했다. 여성임원 4명이 승진했으며, 전체 신임 임원 중 10%에 해당하는 8명의 신임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조형주 롯데백화점 럭셔리부문장, 심미향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사업혁신부문장, 손유경 롯데물산 개발부문장, 오경미 롯데멤버스 DT부문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성과 기반 수시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