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가시화되고 있는 '지방 소멸'···돈 쏟아붓기 아닌 근본 해법 필요

등록 2021.09.30 18:00:00 수정 2021.10.29 20:14:10
정구영 기자 e900689@youthdaily.co.kr

고향사랑 기부금법 국회 통과···세액공제 혜택과 지역 특산 답례품 제공
소멸 위험 원인 구조적···'지방 경쟁력' 확보 통해 인구 유출부터 막아야

 

【 청년일보 】 우리나라 인구 전망은 암울하다. 극단적인 사회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공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 보고서'는 인구 소멸, 다시 말해 '사라지는 대한민국'이 괜한 기우(杞憂)가 아님을 입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지난 2017년 5136만명에서 2117년 1510만명으로 줄어든다. 100년 만에 우리나라 인구가 현재의 30% 수준으로 급감한다는 것이다.

 

65살 이상 고령층의 인구 비중은 2017년 13.8%(707만명)에서 2117년 52.7%(796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인이라는 얘기다. 인구 디스토피아인 것이다. 

 

이는 그나마 2018년도 합계출산율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추산된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 즉 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인구 규모가 현상 유지를 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초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80년만 해도 2.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1990년 1.5명, 그리고 2005년에는 1.1명까지 떨어졌다. 당시 합계출산율 감소 충격은 저출산 문제를 국가 정책으로 다루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합계출산율은 다소 회복됐지만 2015년 1.2명을 기점으로 빠르게 감소해 지난해 0.84명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다. 이는 인구 유출에 따른 지방 소멸(消滅)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인구는 지난 2019년 말 2592만5799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공간에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인구가 밀집한 나라는 없다. 영국은 20.9%, 프랑스는 18.2%, 독일은 7.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일본도 34.8% 수준이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2만838명 줄었는데, 수도권 인구는 오히려 11만2508명 늘었다. 청년층(15~34세)의 수도권 거주 비율도 지난 2000년 48.5%에서 2019년 52.7%로 높아졌다. 이는 지방의 인구 유출에 따른 결과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지방, 즉 전국의 시·군·구는 소멸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46%인 105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꼽혔다. 1년 전에 비해 12곳이 늘었다.

 

소멸위험지역은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이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일 경우 소멸 위험이 큰 것으로 정의된다. 다시 말해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20~39세 여성 인구의 2배를 넘으면 30년 내 소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일 경우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20~39세 여성 인구의 무려 5배에 달하는 지역을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6년 후인 2047년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시·군·구가 소멸위험지역이 되고, 이 가운데 소멸고위험지역도 157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전국 시·군·구의 68.6% 수준이다. 2117년에는 소멸고위험지역이 96.5%인 221개로 늘어난다. 이는 지방 을 넘어 국가 소멸을 의미한다.  

 

지방 인구 유출, 다시 말해 수도권 집중화의 원인은 '일자리'다. 생산시설이 빠져나간 지방에서는 공무원이나 자영업자 말고는 할 것이 없다.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지역균형발전이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향사랑 기부금법'도 마찬가지.

 

고향사랑 기부금법은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즉 고향에 기부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고향에 대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시행은 2023년 1월 1일부터다.

 

10만원 이내 기부금은 전액 세액공제 되며,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 세액공제된다. 답례품은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생산·제조된 물품, 그리고 지역사랑 상품권 같이 관할구역 내에서 통용되는 유가증권을 지급할 수 있다.

 

'고향세'는 고향사랑 기부금법의 전신이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처음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고향사랑 기부금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21대 국회에서 재발의해 결국 문턱을 넘었다. 

 

정부는 다음달 종합대책을 통해 이 같은 흐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방 소멸 대응 특별양여금'을 신설해 내년부터 2031년까지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에 매년 1조원씩 지원하고, 이를 통해 지방 인구 감소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향사랑 기부금법을 만들고, 해마다 10조원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지방 소멸 위험이 제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단지 시간 끌기일 뿐 근본 해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0조원 안팎의 돈을 쓰고도 효과가 없었던 출산장려 정책의 제2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방 표심을 얻으려는 선심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지방 경쟁력이 강하다. 영국은 수도인 런던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리버풀, 에든버러 등 각기 다른 개성과 경쟁력을 지닌 지방 도시들이 경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

 

우리나라도 지난 1970년대 조성된 구미, 창원, 울산, 여수, 광양 산업단지 등이 지방을 먹여살리는 경제 거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생산시설이 수도권과 해외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쇠락이 본격화됐다. 이는 제조업의 사양화로 몰락한 미국 5대호 주변의 러스트벨트를 연상케 한다.

 

경제 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국가의 종말'이란 저서에서 지역 국가(region state), 즉 지방이 글로벌 경제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공간 단위라고 주장했다. 물론 그의 견해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지방 경쟁력을 키워 인구 유출부터 막는 것이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해법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무작정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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