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反BTS풍선법···미국서 '도마'에 오른 대북전단금지법

등록 2021.04.17 00:00:00 수정 2021.04.17 11:24:03
정구영 기자 e900689@youthdaily.co.kr

한국 인권 놓고 이례적 청문회···"표현의 자유 침해, 법 수정돼야"
고든 창 "한국을 북한처럼 만들려는 시도"···'공포의 통치' 비판도

 

【 청년일보 】 3대 세습을 넘어 김씨 왕조의 영구집권을 꿈꾸는 김정은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의외지만 전근대적 수단으로 보이는 확성기와 일명 '삐라'로 불리는 전단이다. 북한이 보유한 최대의 대남 비대칭 전력이 핵과 미사일이라면 우리가 갖고 있는 대북 비대칭 전력은 확성기와 전단을 중심으로 한 대북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늘의 날씨 같은 사소한 정보는 물론 북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정보까지 거침없이 내보내는 확성기는 최전방에 근무하는 북한군 신세대 병사들을 동요시킬 수 있다. 주체사상과 우상화 교육 등으로 세상물정 모르고 입대한 병사들에게 외부 세계의 뉴스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탈북자 출신인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가장 먼저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온 사람이다. 지난 2003년 10월 처음으로 전단을 날렸던 이 단장은 2005년 7월 전단 살포를 위해 대형풍선을 발명하기도 했다.

 

이 단장은 원자탄으로도 깰 수 없는 '폐쇄 북한'을 무너뜨리는 가장 위력적인 폭탄은 북한 주민들을 깨우치기 위한 종이, 즉 값싼 전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폐쇄가 강하면 강한 만큼 정보에 대한 갈망도 강하다"면서 "전단의 엄청난 위력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며, 북한을 물 먹은 담벽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물은 곧 전단"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확성기를 모두 껐다. 하지만 전단 살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탈북자 단체 등 민간에서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강제 중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탈북자 단체는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전단 살포 강행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6월 13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남측의 전단 살포와 이를 막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단 살포가) 방치된다면 머지 않아 쓸모없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겁박했다. 그리고는 3일 후 102억원짜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는 단 몇 초 만에 폭파됐다.

 

앞서 통일부는 김여정의 담화 발표 4시간 만에 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고 호응했다. 덧붙여 법률안 제정 등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눈치보기를 넘어 아부(阿附)에 가깝다. 그럼에도 북한은 보란듯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날려버렸다.

 

정부가 손해배상 청구 또는 국제법상 피해보상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통일부는 전단 살포를 주도하고 있는 탈북자 단체 2곳의 법인 허가를 취소했다. 법인 허가가 취소되면 공신력 저하로 후원금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후원금을 기부금으로 처리할 수 없게 돼 후원자들 역시 연말정산에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 자금줄을 봉쇄해 탈북자 단체의 손발을 묶은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본회의를 열고 일명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불리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188명 가운데 187명이 찬성했는데, 174석의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이 찬성했다. 김여정이 전단 살포에 신경질을 낸 이후 마련된 법안이라는 점 때문에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리는데, 처벌 조항이 어마 무시하다. 최대 징역 3년이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법안 처리에 국제사회가 가만 있을 리 없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화상 청문회를 개최했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인권 문제를 놓고 청문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질 만큼 이례적이다.

 

청문회는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미국 조야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했다. 인권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 의원은 "(한국) 국회가 그 법의 수정을 결정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 의원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문재인 정부가 권력의 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은 물론 북한 문제에 관여해온 시민사회단체를 괴롭히기 위해 검찰 권력을 정치화했다"고 덧붙였다. 스미스 의원은 특히 대북전단금지법이 종교는 물론 한국 대중음악의 북한 유입을 막는다는 이유에서 반(反)성경법, 반(反)BTS풍선법이라고 명명했다.

 

증인으로 나온 미국의 중국·북한 전문가 고든 창은 "한국 사회를 북한처럼 만들려는 시도", "민주적 기구에 대한 공격" 등 거친 용어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공포의 통치'라는 말까지 사용했다.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는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 포퓰리즘이 허울뿐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인권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의회 내 기구다. 또한 법이나 결의안을 자체 처리할 권한이 있는 상임위원회도 아니다. 따라서 이날 청문회는 입법을 목표로 한 활동이라기보다는 공청회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럼에도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청문회를 추가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만큼 대북전단금지법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11개의 국제 인권단체는 북한 인권 문제의 우선순위 재조정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 앞으로 보낸 상태다. 특히 내달 하순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대북정책이 포함돼 있다. 이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전단금지법을 어떻게 설명할까.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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