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제 해바라기유 시세와 환율이 동시에 뛰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원가 부담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bhc치킨은 지난해부터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떠안으며 공급가를 유지해 왔지만 더는 흡수하기 어렵다며, 오는 30일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가격을 3년 반 만에 20% 인상하기로 했다.
24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bhc는 가맹점주 협의를 거쳐 오는 30일부터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15㎏ 가격을 7만5천원에서 9만원으로 20%(1만5천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국제 해바라기유 시세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데이터 분석 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에 따르면 해바라기유 선물 가격은 지난 9일 기준 톤당 약 1천430달러(약 212만원)까지 오르며 3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원자재 공급 부족, 수출 제한, 주요 수입국의 매수세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종자 공급량이 올 시즌 감소한 데다 일부 작물 품질 저하까지 겹치면서 원료 확보 경쟁이 심화됐다. 가공업체들은 남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식용유 시장 전반의 가격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운송 리스크 역시 해바라기유 가격 강세를 자극하는 요소로 꼽힌다. 흑해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유조선 공격도 변수로 작용했다. 운송 위험이 커지자 일부 선적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었고, 즉시 출하 가능한 물량이 감소하면서 구매자들은 빠른 선적을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상황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팜유와 대두유 등 대체 식물성 유지 가격마저 오르면서 해바라기유 강세는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환율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종가(1천480.1원)보다 3.5원 오른 1천483.6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이날 1천480.0원에 출발한 뒤 장 초반부터 상승 폭을 키우며 1천484.7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장중 기준 지난 4월 9일(1천487.6원) 이후 약 8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bhc 역시 이러한 국제 시장 흐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bhc는 일반 해바라기유보다 20~30% 비싼 고올레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가격 변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도 원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bhc 관계자는 "해바라기유는 전량 수입 원자재라 환율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며 "환율이 7~8%가량 상승하면서 국제 시세와 합산하면 실질 원가는 약 35~40% 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bhc 본사는 원가 상승분을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약 350억원, 올해도 4~11월 사이 약 13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공급가를 유지해 왔다.
bhc 관계자는 "실제 원가 상승폭은 40%에 달하지만 이번 조정에는 20%만 반영하고 나머지는 본사가 부담했다"며 "더는 본사 단독으로 비용을 떠안을 수 없어 불가피하게 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가격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회사 측은 "환율과 국제 시세가 안정되면 공급가를 재조정할 계획"이라며 "과거에도 총 7차례 인하한 이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 지원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bhc는 향후 프로모션 비용 본사 분담 확대, 매출 증대를 위한 신메뉴 개발·마케팅 강화, 건강검진·상조·방한 패딩 지원 등 가맹점 복지 개선 프로그램을 지속할 계획이다.
기름값 인상으로 소비자 가격이 오를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회사는 "이번 공급가 조정이 권장 소비자가 인상으로 이어질 계획은 없다"며 "가맹점과 긴밀히 소통해 불필요한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급가 인상안은 가맹점주협의회와의 사전 간담회를 통해 배경을 설명한 뒤 전 가맹점 공지 절차를 거쳐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치킨업계 일각에서는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 시 원가 부담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 브랜드들은 식용 유지류 등 핵심 원재료 일정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즉각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이 비용 압박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치킨업계 관계자는 "최근 치킨업계 전반적으로 육계 가격 인상 등 원가 부담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며 "당사 역시 업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대량 매입과 내부 효율화 등 자체적인 비용 관리 노력을 통해 원가 방어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