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셀트리온에 이어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롯데바이오로직스 국내 바이오의약품 CMO 3사가 미국·한국으로 이원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의약품 관세와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중국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미국 내 시장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한국·인도·일본·유럽 기업들의 경쟁이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의약품 CMO 3사의 전략과 생산시설 확보 의의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의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가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Rockville)에 위치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휴먼지놈사이언스(HGS)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2억8000만 달러(약 4147억원)이며, 내년(2026년) 1분기 내 총 6만ℓ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공장으로 이루어진 시설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장기 수요와 가동 상황을 고려해 생산 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하면서 셀트리온·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 3사 모두 한국과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게 됐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달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Branchburg) 소재 일라이 릴리가 보유한 대규모 원료의약품(DS) cGMP 생산시설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
해당 시설은 약 4만5천평 부지의 대규모 캠퍼스로, 셀트리온은 인수 이후 최소 7천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진행해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으로 생산 캐파(최대 생산량) 증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는 지난 2023년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부터 시라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해당 시설의 생산 규모는 4만ℓ이며, 지난 4월 ADC 생산시설을 준공하면서 북미 지역에서 ADC 전문 위탁생산 서비스 센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바이오 업계와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의약품 관세와 생물보안법으로 미국의 의약품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 여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은 중국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시장 활동을 제한하고 자국의 바이오산업과 안보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발의됐다. 이는 미국의 유전자 데이터와 바이오 기술이 중국 정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로, 바이오 기술·데이터 보호에 중점을 두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인 우시의 빈자리를 미국 내 다른 기업들도 욕심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다면 의약품 관세와 생물보안법에 걸리게 돼 전략적인 관점에서 내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이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미국 의약품 관세는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고, CDMO(위탁개발생산)을 떠나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 분야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임상 3상이 면제되는 등 희소식이 있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던 의약품 위탁생산 물량에 대한 수주 가능성과 생산시설 신설·인수 대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내 생산시설을 신설·인수 시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던 미국 의약품 물량을 커버할 신규 물량을 수주하지 못하면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는 바, 유럽·호주와 최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남미지역의 바이오의약품 CMO 수주 여부가 관건이 될 수도 있음을 전했다.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빠르게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인수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장 신설·인수와 차세대 모델리티를 확장하는 것을 함께 추진하는 것은 자신감의 발로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하면서 약 2년간 기대 요인으로 작용해 온 정책 변화가 현실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중국 CDMO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의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특히 “대표적인 중국의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미국향 매출은 약 2조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과 맞물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고 이원화된 생산시설을 보유한 대체 공급자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및 대외 전략과 생산시설 투자 적극성 부분 등에서는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롯데바이오 모두 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셀트리온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를 통해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 리스크를 완전 해소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또 생산시설 증설의 경우 7천억원의 추가 자금을 투입해 1차 증설로 3년에 걸쳐 1만1천ℓ 배양기 3기를 추가하고, 이후 미국 내 제품 수요 상황을 고려해 2차로 1만1천ℓ 배양기 3기를 추가해 합계 6만6천ℓ 증설을 꾀하겠다고 밝히는 등 생산시설 확장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발전과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이루어졌으며, 미국 생산시설 인수를 통해 고객 지원과 바이오의약품 공급의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생산시설 증설은 중장기 수요와 가동 상황을 고려해 생산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할 방침이다.
롯데바이오는 현재 건설 중인 송도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완공해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한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임상시험용 의약품 위탁생산과 같은 규모가 작은 것은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서 진행하고 대량생산은 내년에 완공되는 송도 공장을 거점으로 생산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