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섭 불발된 현대제철···상생협력 포기하면 '공멸' 뿐이다

등록 2022.09.27 07:00:00 수정 2022.09.28 04:39:13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청년일보】 최근 들어 제조산업이 ‘파업 위기·노조 리스크’에 휩싸이며 노사간 관계가 살얼음판이다. 이중에서도 국내 2위 철강회사인 현대제철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4개 지회(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는 충남 당진에서 사측과 제16차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진행하려 했으나,  사측이 불참하면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이같은 사태의 발단은 ‘특별격려금’에서 비롯됐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동일 그룹의 타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그리고 현대모비스와 동등하게 특별공로금 4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해 이미 임금협상을 통해 기본급 7만5000원 인상을 비롯해 성과급(기본급 200%+770만원)까지 지급했다며 거절했다. 즉 특별격려금을 추가로 지급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주장을 거절하면서 노사 양측간 팽팽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현재 노조는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으나, 사측이 협상에 나서지 않고 계속 거부할 경우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상태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4.18% 찬성을 얻어내며 파업의 명분도 확보한 상태다. 또한 같은 달 25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파업권도 획득했다.

 

사측 입장에선 설상가상으로, 하청업체 노조마저 정규직 채용 문제를 두고 사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오는 28일부터 24시간 총파업을 실시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제조·철강업계에서는 국내 철강의 수급 차질은 물론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자칫 전방산업이 도미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얼마 전 기자와 통화한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불확실성 요인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됨에 따라 겹악재에 시달렸다”면서 “만약 현대제철 사태로 철강 수급난이 가중된다면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고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 격인 포스코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달 초강력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사고로 제품 생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3개월 내 단계적으로 압연공장 대부분 재가동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상적인 수율이 나올 때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달리 말하면, 올 하반기까지는 현대제철이 포스코의 몫까지 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40여일 간 이어지고 있는 당진제철소 사장실 불법점거와 임금 문제로 인한 노사간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쉽사리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최근 지속적인 금리 상승과 원화가치의 하락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연이은 무역적자로 인한 한국경제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상생협력이 긴요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반면 노사간 극단적인 대치와 갈등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고,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얘기다. 

 

균형적인 노사 관계 확립의 첫 단추는 갈등보다는 양보이며 상생협력이다. 때문에  사측은 최대한 노조와 공조해 나가기 위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시되고, 반면 노조는 총파업이란 실력행사로만 사태 해결을 풀어나가려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된다.

 

요컨데, 무엇보다 이미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 역시 경제위기 같은 엄중한 시기를 감안해 최대한 파업이란 실력행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실물경제 및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한국경제가 ‘시계 제로’ 상황에 부딪혔는데 파업을 강행할 경우 이는 국가적 경제 위기에 재앙을 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 모두 강대강 파워싸움으로 일관한다면 결국 그 결과는 공멸로 귀결될 것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노사 모두 혜안을 찾기 위해 좀 더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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