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명분 없는 전쟁"...총파업 앞둔 금융노조의 자가당착

등록 2022.09.11 09:00:00 수정 2022.09.11 09:00:03
이나라 기자 nrlee@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명분이 없다 아닙니까. 명분이"

 

국내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영화 '범죄와의전쟁'에서 부산 최대 조직의 두목인 최형배(하정우 분)가 다른 조직과의 전쟁을 제안한 최익현(최민식 분)의 앞에서 한 대사다.

 

이 처럼 한낱 폭력조직배들도 잇권 다툼으로 인한 전쟁을 벌일 때에도 명분을 찾고자 하는데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권 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가  '명분 없는 전쟁'을 선언, 또 다시 금융권내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금융노조는 최근 사측 대표인 사용자협의회와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둘러싸고 교섭을 했으나,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측간 합의에 불발하자 금융노조는 오는 1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2016년 KB국민은행 노조의 총 파업 이후 6년 만이다.

 

금융노조가 제시한 핵심 요구사안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임금상향과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 금융공공기관의 자율교섭 보장,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근로시간 단축 등 34개 항목에 달한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금융노조의 명분은 이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은행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두었음에도 금융노동자들은 2% 초반의 낮은 임금인상률을 감내해야 했고, 더욱이 올해 6%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 같은 낮은 임금인상률은 사실상 실질임금의 삭감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노조의 주장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할지 미지수다. 되레 억대 연봉을 받는 귀족노조들의 배부른 억지라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이유는 일반인들과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은 대표적인 고연봉 직군에 속한다. 노조원 개개인 역시 금융권 회사에 소속돼 있는 직원들이다. 실제로 각 시중은행에서 발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 4대 시중은행의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550만원 수준이다.

 

노조 측에선 1억원의 연봉을 두고 임원들의 임금을 모두 더한 평균치라며 "8억원을 받은 모 은행장과 다르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으나, 이를 감안한다해도 여타 업종 대비 연봉이 높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무시간의 축소에 대한 건도 마찬가지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됐음에도 불구,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3시 30분까지의 영업시간을 지속, 유지하고 있다.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노조와의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나, 노조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근무시간 축소는 "시중은행과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고객들은 불편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이다.

 

현재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앞두고 노조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은행권 안팎에서는 총파업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많이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금융노조 역시 사회적 공감대에 반해 총파업을 전개한다는 부담에 지난해와 유사한 기조로 사측과 극적인 타결을 이뤄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아 보인다.

 

박홍배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을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선에서 단체 행동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고객 분들이 겪을 불편에 대해선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6%대 임금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이 성사됐다해도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에 대한 부담이 누구에게 전가될 것인지 금융노조 역시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사회적 공감대가 없는 집단행동에 대한 대가는 오롯이 일반 국민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심사 숙고해야 한다.

 

특히 최근 태풍 '힌남노'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때,  금융노조의 행보가 자칫 '배부른 투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양분을 제공할 뿐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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