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 금융시대의 '악성루머戰'...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

등록 2023.04.24 07:00:00 수정 2023.04.24 07:00:03
김두환 기자 kdh7777@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지난 12일 확인되지 않은 악성 루머가 또 한번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대형 저축은행인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인해 무려 1조원대 결손이 발생, 계좌가 지급정지될 예정이니 예금잔액을 모두 인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루머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됐다. 심지어 일부 관계자들은 해당 루머를 접한 후 예금인출을 했다는 후기도 적지않았다. 

 

그러나 확인결과, OK저축은행 PF대출 규모는 약 1조원, 연체액이 410억원에 불과했고, 웰컴저축은행 역시 총 6천700억원 중 40억원 가량이 연체로 1조원대 결손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해당 저축은행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고,,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도 이들 저축은행의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OK저축은행, 웰컴 PF 1조원대 결손 발생, 지급정지 예정, 잔액 모두 인출 요망’이라는 악성 루머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두 저축은행 모두 BIS비율이 규제비율을 크게 상회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순이익이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중앙회도  "허위 사실이 문자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됐다"면서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며, 허위 사실 유포자와 접촉한 결과 관련 내용에 대해 횡설수설 하는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을 흔든 가짜뉴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말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토스뱅크가 위기설에 휩싸였다. 연 3.5% 금리를 가입과 동시에 제공하는 선이자 예금 상품을 출시하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토스뱅크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로 인해 결국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여신 잔액 대비 충분한 수신 잔액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 후에야 비로소 위기설은 사그러들었다. 토스뱅크의 유동성비율은 무려 800%가 넘는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루머지만 이를 단순 '해프닝'만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악성 지라시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않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는 금융·경제 전체 시스템을 위기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투자심리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금융·자본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일례로 최근(지난달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시에 본사를 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전격 폐쇄됐다. SVB가 문을 닫기 직전 9일 하루에만 420억달러(약 54조원)가 빠져나가면서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CDFPI)이 폐쇄를 결정했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돼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파산 당시 자산규모 미국 16위었던 SVB는 총자산이 2천120억달러(약 277조원)에 달했는데, 총예금 1천754억달러의 93%가 예금보험 보호 대상이 아닌 비부보예금이었다.


4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SVB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뒤 파산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36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SVB가 이렇듯 순식간에 몰락한 배경에는 SNS와 스마트폰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과거에는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은행창구를 직접 방문했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SNS로 재정 위기 소식을 접한 수많은 예금자들이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스마트폰을 통해 출금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에서 SVB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보다 예금 인출 속도가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만큼 한국은 금융권에선 IT 최강국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의 '2022년 중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록자는 2억704만명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등록자(1억6천922만명)가 10.3% 늘어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자수 증가세를 견인했다.

 

현재 국내 금융사들은 디지털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디지털 전환(DT)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디지털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업계에선 이번 지라시 유포자를 ‘본보기’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만큼 '예금인출·주식매매·보험계약 해지' 등의 처리속도 역시 빠르기에 허위 사실 하나로 인한 시장참가자의 불안심리가 안정적인 금융회사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러한 허위사실 조작과 유포행위에 대해 즉각 고발 등 법적 조치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현재로서는 최선이나, 만약을 대비해 SNS 등에 퍼지는 소문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나가야 한다.

 

요컨데, 허위사실, 즉 지라시가 자칫 진짜 금융시장에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 스스로도 이러한 악성 루머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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