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생명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골든타임' 사수 위한 안동병원 닥터헬기의 12년

등록 2025.08.02 10:00:00 수정 2025.08.02 10:00:12
청년서포처즈 8기 김소현 12sohyun12@naver.com

 

【 청년일보 】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병원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요? 이건 그냥 기다리라는 말과 다름없어요"

 

경북 북부의 한 산간 지역 주민이 토로한 말이다.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고, 응급의료기관도 부족한 지역에서는 '골든타임'이라는 말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지역 간 응급의료 접근성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뇌출혈·심근경색 등 중증 응급질환 발생 시 환자가 병원 도착 전 사망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응급의료 취약지는 약 125곳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내륙 산간지역 혹은 섬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농촌 지역은 의료 인프라와 교통망이 동시에 열악해 환자 이송조차 쉽지 않다. 구급차로는 도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지역 내 중증환자 치료를 감당할 전문의나 장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응급의료 사각지대'의 문제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닌 생명권과 직결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닥터헬기의 존재 이유가 뚜렷해진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13년 출범한 안동병원 닥터헬기는 12년간 3천643회 출동, 3천458명의 생명을 이송해 왔다. 이번 출범 12주년은 단순한 '기념'이 아닌, 지역 응급의료의 불균형 현실과 그 해결책으로서의 닥터헬기 존재 이유를 되짚는 계기가 된다.

 

닥터헬기는 중증 외상, 뇌 질환, 심장질환 등 골든타임이 생명을 좌우하는 응급상황에서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전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항공 응급의료체계다. 안동병원의 닥터헬기는 이 같은 체계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전국적으로도 가장 많은 출동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12년간의 이송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외상환자가 843명(24.3%)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뇌질환 환자 749명(21.6%), 심장질환 환자 493명(14.2%) 순이었다. 환자의 연령대는 60대 이상이 전체의 67.8%로 고령층 비중이 높았으며, 성별로는 남성이 61.6%로 여성보다 많았다.

 

출동 지역도 다양하다. 영주(22.1%), 문경(14.8%), 봉화(12.6%), 울진(10.2%) 등 경북 북부 지역은 물론, 강원도 일부까지 아우르며 광범위한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 특히 안동병원은 환자 요청 시 경북 전역 어디든 4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출동 체계를 갖췄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교통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응급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산간·농촌 지역과 고령 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골든타임'이란 말조차 먼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의료 서비스 부족을 넘어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임에도, 그간 충분히 주목받지 못해왔다.

 

그런 점에서 닥터헬기의 역할은 매우 특별하다. 닥터헬기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신속하게 환자에게 다가가고, 병원 도착 이전부터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안동병원 닥터헬기가 지난 12년간 3천400명 이상의 중증 환자를 살려낸 것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지역 의료격차 해소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닥터헬기 시스템이 더욱 발전하고 공공의료망과 유기적으로 연계된다면, 대한민국 어디서든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내에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날까지 '하늘 위의 응급실'은 지역 주민들의 든든한 생명 줄이자, 의료 불평등을 넘어선 희망의 상징으로 빛날 것이다.
 


【 청년서포처즈 8기 김소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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