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교촌그룹 판교 신사옥. [사진=교촌에프앤비]](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5251873673_37448e.jpg)
【 청년일보 】 교촌치킨이 최근 일부 순살 메뉴의 용량을 줄이면서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불거졌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만 줄어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를 비롯해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은 투명한 고지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적잖은 이목을 끌고 있다.
◆ 교촌치킨, 순살 메뉴 30% 축소…'슈링크플레이션' 논란 확산
23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간장순살·레드순살 등 기존 순살 메뉴 4종의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약 30% 줄였다. 새로 출시된 마라레드순살·허니갈릭순살 등 10종 역시 처음부터 500g 기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 기존 닭다리살만 사용하던 조리 방식을 변경해 닭가슴살을 함께 혼합하면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식감과 육즙이 줄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슴살은 다리살보다 상대적으로 원가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과 질이 달라져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교촌치킨 순살 중량 변경' 관련 게시글 댓글에는 "교촌 점주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이제 정말 먹을 일 없을 것 같다", "치킨은 이제 가끔 먹어야하는 음식이 됐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가맹점주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가맹점주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 고지 방식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교촌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신메뉴와 리뉴얼 메뉴에 'New' 아이콘으로 표시했지만, 부위와 용량 변경 내용은 '영양 및 중량 정보 보기' 탭에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알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bhc·BBQ·굽네, 가격 동결·가맹점 지원…교촌과 엇갈린 행보
반면 bhc, BBQ, 굽네 등 나머지 치킨 브랜드들은 가격 정책과 가맹점 지원 방안에서 교촌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bhc는 올해 업계 전반에서 부분육 품절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계육 매입 단가를 선제적으로 인상해 물량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 공급 단가는 올리지 않았고, 발생한 원가 부담은 본사가 전액 부담했다.
bhc는 또 지난해 12월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bhc 관계자는 "현재 추가 가격 인상 계획은 없으며, 필요할 경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BBQ는 지난해 6월 평균 6.3%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나,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알렸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사앱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가맹점 매출 증진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굽네치킨은 지난해 4월 가격을 올린 뒤 현재까지 동결을 유지하고 있으며, 포장 주문 확대, 자사앱 기반 마케팅 지원, 매장 행사 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맹점 수익 개선에 힘쓰고 있다.
굽네치킨 관계자는 "최근 가격 인상이나 제품 중량 변경은 없었으며, 현재로서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교촌은 지난 2023년 4월 대표 메뉴인 '교촌 오리지날'과 '교촌 허니콤보' 등 일부 메뉴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지난 5월 가맹점주 지원으로 전용유 출고가 인하 조치를 내놓기는 했지만, 일각에서는 경쟁사들이 가격 동결이나 투명한 인상, 다양한 판촉 활동으로 가맹점 매출 증진을 도모하는 것과 비교하면 지원 강도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정부·전문가·소비자단체, 교촌치킨에 '투명성·책임' 요구
교촌치킨의 순살 메뉴 용량 축소 등 논란을 두고 정부와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은 이구동성으로 교촌의 이번 조치를 문제 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사전에 투명하게 알렸다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며 "소비자를 배려하는 기업이라면 보다 투명한 운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치킨을 자주 시켜 먹는 소비자라면 양의 변화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며 "홈페이지에 기재했다고 해도 작은 글씨나 숨겨진 메뉴에만 표기한다면 소비자는 기만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말 가맹점주의 수익 개선을 위한 조치라면 본사의 영업이익 일부를 양보하면서 점주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면 결국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를 외면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본사와 가맹점 모두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 역시 기업의 책임 있는 태도를 주문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기업이 메뉴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만 줄이는 것은 '슈링크플레이션'에 해당하며, 이는 사실상 가격을 올린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낳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량 축소 사실을 소비자에게 별도로 알리지 않은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소비자 기만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촌은 치킨업계 대표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가격 인상을 주도해왔던 기업인만큼, 양을 줄인 메뉴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