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석구석] ⑥ 강동구, '강남 4구'를 향한 욕망과 '베드타운'의 현실

등록 2025.11.29 08:00:01 수정 2025.11.29 08:00:13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둔촌주공·고덕지구 재건축 열풍, '강남 4구' 도약 꿈꾸는 화려한 비상
교통대란·원도심 양극화의 그늘, '베드타운' 한계직면한 도시의 과제

 

<서울 구석구석: 공간에 새겨진 도시 변화의 서사> 시리즈는 서울의 역동적인 변화를 '공간의 재구성'이라는 프리즘으로 분석한다.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를 향한 도시의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 그 현장의 모습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도시의 물리적 변화가 개인의 일상, 경제, 문화, 심지어 정치적 지형까지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살펴봄으로써,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다층적인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 여섯 번째 장소로, 대규모 재건축을 통해 '강남 4구'의 지위를 굳히려는 욕망과 전형적인 베드타운의 한계가 교차하는 곳, 강동구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서울의 동쪽 끝자락, 한강 상류를 끼고 있는 강동구는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과 도시 개발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과거 변두리 주거지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곳은 고덕지구의 성공적인 재건축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을 통해 거대한 신흥 주거 벨트로 거듭났다.

 

강동구의 공간 변화 서사는 낡은 저층 아파트가 숲을 이루던 곳이 명실상부한 '강남권 주거지'로 화려하게 탈바꿈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급격한 주거 중심 성장이 가져온 '교통 체증'과 '자족 기능 확충'이라는 현실적인 숙제를 풀어가는 현장이다.

 

 

◆ '강의 동쪽',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삶의 터전
강동(江東)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한강의 동쪽'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특성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이곳은 서울의 변방이 아닌, 한반도 주거 문명의 뿌리와도 같은 곳이다. 암사동 선사유적지는 약 6천 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인류가 이곳에 정착해 마을을 이루고 살았음을 증명한다.

 

한강을 끼고 있는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자원은 예나 지금이나 주거지로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행정구역의 변천사 또한 강동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본래 경기 광주군에 속했던 이곳은 1963년 서울 성동구로 편입되었다가, 1975년 강남구가 신설될 때 강남구에 속하게 된다.

 

이후 1979년 강동구로 분리 신설되었으며(당시 송파구 지역 포함), 1988년 송파구가 떨어져 나가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행정적으로 '강남구'라는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역사적 사실은 강동구민들이 스스로를 '강남 4구'로 규정하고 싶어 하는 심리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 둔촌주공과 고덕지구, 진통 끝에 솟아오른 마천루
1980년대 초반, 강동구는 개포동, 목동과 함께 대규모 저층 주공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중산층을 위한 계획도시로 개발되었다.

 

세월이 흘러 노후화된 이 아파트들은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재건축 붐을 타고 강동구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특히 고덕·상일동 일대는 '고덕 그라시움', '아르테온' 등 수천 세대 규모의 매머드급 신축 단지들이 들어서며 쾌적한 녹지와 우수한 학군을 갖춘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1만2천 세대가 넘는 미니 신도시급 규모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강동구의 랜드마크를 넘어 대한민국 재건축 역사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둔촌주공은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단 간의 갈등으로 사상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를 겪으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화려한 결과물 뒤에는 조합원들의 불안과 사회적 비용이라는 값비싼 수업료가 있었던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입주가 완료된 현재, 이곳은 강동구의 위상을 높이는 핵심 주거지로 자리 잡으며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화려한 아파트 숲의 이면, '베드타운'의 한계
그러나 화려한 신축 아파트 숲 뒤에는 '베드타운(Bed Town)'이라는 구조적인 한계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강동구는 대규모 주거 단지에 비해 기업이나 업무 시설이 현저히 부족해 주민 대부분이 강남이나 도심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구조가 되며 곧 심각한 '교통대란'을 야기했다.

 

특히 둔촌주공의 1만 2천 세대가 입주를 마치면서, 출근 시간대 5호선, 8호선, 9호선의 혼잡도는 한계치에 다다랐으며 올림픽대로와 강동대로 등 주요 도로의 정체는 일상이 되었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교통 인프라와 일자리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도시는 잠만 자는 곳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고덕비즈밸리 조성 등 자족 기능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주거 기능에 비해 산업 기반이 턱없이 약한 것이 현실이다.

 

◆ 길 하나 사이의 간극, 원도심과 신도심의 양극화
또한 재건축의 혜택이 모든 지역에 골고루 돌아간 것도 아니다.

 

고덕, 상일, 둔촌동이 천지개벽하는 동안 천호동, 성내동, 암사동의 일부 노후 주거지는 여전히 개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초고층 브랜드 아파트와 낡은 다세대 주택이 마주 보고 있는 풍경은 강동구 내의 주거 양극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신도심의 자산 가치 상승은 원도심 거주민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임대료 동반 상승을 유발해 주거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구 차원에서도 격차 해소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동구는 최근 성내동과 천호동 일대를 '강동히어로(路)'라는 통합 브랜드로 재편해 원도심 활성화에 나섰다.

 

천호동 로데오거리부터 강풀만화거리까지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캐릭터와 축제를 접목해 낙후된 이미지를 벗고 '머물고 싶은 거리'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는 재건축 단지에 쏠린 관심을 원도심으로 분산시키고 지역 상권의 자생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강동히어로를 통해 방문객이 스쳐 지나가는 거리가 아닌 오래 머무르는 원도심을 만들겠다는 강동구의 의지를 담았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잠재력을 살리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원도심이 경쟁력 있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동구는 지금 '강남 4구'라는 이상과 '베드타운'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놓여있다.

 

성공적인 재건축을 통해 주거 환경의 질을 높인 것은 분명한 성과지만, 도시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잠만 자는 도시'를 넘어 '일하고 즐기는 도시'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교통망 확충과 자족 기능 강화, 그리고 원도심과의 균형 발전 없이는 강동구의 화려한 비상은 반쪽짜리 성공에 그칠 수 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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