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메리츠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 인가의 막바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7조원이 넘는 자기자본과 개선된 건전성 지표를 바탕으로 형식적 요건은 갖췄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 리스크 및 내부통제 이슈 등으로 발목을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인가가 지연되면서 주주들까지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회사에서도 압박이 커지는 모양새가 엿보인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시 별도재무제표 기준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5천3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6조2천977억원 대비 19.65% 급증한 수치로 증권업계 4위인 삼성증권(7조6천445억원)을 불과 1천억원 차이로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NCR) 역시 2024년 말 1천218.5%에서 2025년 말 1천469.6%로 크게 개선됐다. 이 같은 견실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나이스신용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메리츠증권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개년 평균 연간 당기순이익이 6천314억원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 또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지연되는 배경으로는 건전성 및 내부통제 요인이 꼽힌다. 부동산 PF 부실 및 불공정거래 의혹 등 리스크가 잠재해 있어 금융당국에서도 신속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7조5천억원에 달하는 자본력과 개선된 NCR 지표를 보유한 것은 사실이나 최근 금융당국은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서 수치상의 요건 충족뿐만 아니라 잠재적 리스크 관리 역량까지 면밀히 따지는 추세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메리츠증권이 주관하거나 대출을 집행한 지방 사업장들의 자산 가치는 급락한 상태다.
전남 순천의 ‘순천 원스퀘어’ 상가는 감정가가 637억원이었으나 최근 공매 입찰가가 약 200억원까지 떨어졌다. 경기 여주 삼교지구 복합물류센터 역시 감정가 963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5억원 수준에서 공매가 진행 중이며, 경남 창원의 근린생활시설 또한 감정가 775억원 대비 60% 이상 하락한 300억원대로 가치가 낮아졌다.
메리츠증권 측은 낮은 담보인정비율(LTV.담보 가치 대비 대출금) 설정으로 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공매 유찰이 반복될 경우 실질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대출채권 18조8천억원 대비 대손충당금은 3천434억원(약 1.8%) 수준에 불과해 자산 가치 하락분을 더 보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낮은 LTV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유효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지만 공매 가격이 감정가의 절반 이하로 급락하는 침체 국면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른바 깡통 PF 사례도 존재하는 만큼 담보 가치에만 의존하기보다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을 더 엄격히 따져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유찰이 반복되고 자산 가치 훼손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발생할 실질적 손실을 선제적으로 상쇄하기 위해 더 보수적인 충당금 반영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불공정거래 의혹은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10월 약 1천700억원 규모의 이화전기 BW를 인수했다가 2023년 5월 해당 주식의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보유 물량을 전량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약 9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초대형 IB 인가 심사에서 대주주 적격성뿐만 아니라 기관의 도덕성과 내부통제 수준 역시 평가 항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상황이 인가 결정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6일 열린 제1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심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한 주주의 질의에 대해 “금융 당국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인가만 받으면 바로 상품 출시가 가능한 수준으로, 내부 준비는 모두 끝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금융감독원의 현장 실사를 마치고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발행어음 인가는 ▲인가 신청 접수 ▲외평위 심사 ▲현장 실증검사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 등 절차로 이뤄진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