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최저임금 보장하라"…배달플랫폼노조, '라이더 대행진' 개최

등록 2025.07.16 15:02:39 수정 2025.07.16 15:02:55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노조 "기본 배달료 삭감, 혹독한 미션 강요"…"배민·쿠팡, 라이더 착취 경쟁"
불안정한 노동 환경으로 안전 위협…"플랫폼 업체, 사회적 책임 이행해야"
"라이더, 소모품 아닌 '인간'"…대통령실에 '배달노동자 6대 정책 요구' 전달

 

【 청년일보 】 "안전 배달료 최저 기준을 만들어 배달 기사(이하 라이더)가 적어도 먹고살 수 있는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홍창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이하 노조) 위원장은 16일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7.16 라이더 대행진' 집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열린 집회에는 홍 위원장을 비롯해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민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등 노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라이더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홍 위원장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의 갑질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라이더 모시기 경쟁을 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라이더 착취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 배달료는 지속적으로 삭감되고 있고 예전에는 명시돼 있던 거리 요금제도 깜깜이로 변경해 라이더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금액을 받게 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홍 위원장은 "주면 주는 대로, 가라면 가라는 대로 하며 일하는 게 노예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며 "특히, 기본 배달료를 대폭 삭감해 라이더를 미션(특정 조건을 수행할 경우 수당을 추가 지급하는 시스템)의 자발적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어 "며칠 전 배민은 폭염 시기인 4일 동안 260건의 미션을 수행하면 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는데, 이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하루 65건의 배달을 해야 한다"며 "이 정도의 배달을 완료하려면 쉬지 않고 15~16시간은 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홍 위원장은 "배민은 미션이 강제성이 없고 더 많은 배달 수행으로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라이더에게 보상하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며 "기본 배달료를 삭감하고, 구조적으로 미션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들어 놓고 '독이 든 성배'를 계속해서 마시라고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이러한 갑질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김용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플랫폼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한 만큼, 대통령실 앞에 모여 우리의 목소리를 보다 확실하게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에 이어 이미선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결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루 임금을 날려야 하고, 생계비 걱정에 머릿속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고 사회적 부담에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저임금 노동자와 라이더 등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민주노총이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를 사회적 과제로 공론화했지만, 끝내 완성하지는 못한 것"이라고 소회했다.

 

이 부위원장은 "라이더의 최저임금은 '건당 수수료'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달라는 의미"라며 "도로 위에서 생명을 걸고 달리는 라이더들에게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민정 사무처장은 "기본 배달료를 깎고, 기본 배달 거리를 두 배 넘게 늘려 놓고, 죽음의 배달을 강요하고 있는 게 배달 플랫폼 업체"라며 "정부는 라이더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도,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성토했다.

 

그는 "라이더는 내일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도 거리를 달리는 것이지, 배민과 쿠팡이츠의 배를 불리기 위한 소모품이 되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라이더가 일을 하며 죽지 않을 권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이더의 안전과 권리 보장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노조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과 함께 비수도권 라이더의 어려운 현실과 수도권 대비 열악한 노동 환경을 토로하는 일반 라이더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한편, 이날 노조 집회에 대해 배민 측은 "2015년도부터 선도적으로 폭염, 우천 등의 기상 상황에 따른 할증 금액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며 "미션은 절대 강제성이 없으며, 더 많은 배달 수행으로 더 많은 수익을 원하시는 라이더 분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는 입장을 전했다.

 

쿠팡이츠 측은 노조 집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집회 이후 ▲취업규칙 불이익 확대 적용(약관 변경 강제동의) 및 표준 계약서 제정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및 사용자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배달노동자 6대 정책 요구'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후 노조는 오늘 국회 앞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결의에 합류해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정규직이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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