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영의 '실버 산업' 현황과 전망] <118> 고령사회의 돌봄 위기, 지속가능한 요양 시스템 구축이 관건

등록 2025.08.18 09:10:49 수정 2025.08.18 09:10:49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 청년일보 】 "정부지원 시급한 돌봄 통합, 요양산업 지속가능성 열쇠"

 

우리 사회는 인구 고령화를 넘어 본격적인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단순한 통계상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사회 전반의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깊은 과제를 던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돌봄과 요양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은 가장 직접적이고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자의 삶의 질을 지키는 일은 곧 사회의 품격을 결정짓는 일이다. 사회 전체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분산시키고, 인간다운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 지금이야말로 돌봄 체계의 본질적인 전환이 필요한 때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의 요양 산업은 세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지속 불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이직률이다. 요양 현장의 중심에는 수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있다. 이들은 하루하루 고령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정서적, 신체적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처한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과도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요양보호사들은 점점 현장을 떠나고 있다. 단순히 인력의 숫자를 채우는 것을 넘어, 이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양보호사는 단순한 돌봄 인력이 아니라, 고령자의 존엄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전문 인력이다. 그들의 처우 개선은 단지 임금 인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화 확대, 휴게 시간 보장, 감정노동 보호 제도화,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 등 전방위적인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요양보호사가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돌봄의 질을 논하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또한 요양 산업은 재정 구조상 한계도 안고 있다. 현재는 공공 재정에 의존하는 장기요양보험 중심 구조로 운영되고 있지만, 고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따라 향후 제도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지출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식이 아닌, 재정 구조의 다원화와 지속 가능성에 기반한 설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민간과 지역사회의 참여, 공공-민간 연계형 돌봄 재정 모델 도입 등이 중요한 대안으로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돌봄의 질과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현재는 시설 요양, 재가 요양,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가 각기 단절된 채 운영되고 있다. 고령자 중심의 전인적 돌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들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 지역 내 돌봄 자원이 효과적으로 연결되고,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각 직군 간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지금은 단순한 시설 확충이나 단기 인력 충원이 아니라, 돌봄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직업적 존중, 체계적인 교육과 경력 개발, 간호·의료 연계 서비스 확대 등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요양보호사를 ‘돌봄 노동자’가 아닌 ‘돌봄 전문가’로 재정의하고, 이에 맞는 처우와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돌봄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몫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과제이다. 고령사회의 돌봄 위기는 곧 우리 모두의 위기이며, 그 해법은 ‘사람을 돌보는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달려 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은 곧 돌봄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다. 실효성 있는 정책과 실행력 있는 협력이다. 정부, 전문가, 민간, 시민사회가 함께 손을 맞잡고,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며, 돌봄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이자, 다음 세대에게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공공 자산일 것이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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