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vs 오판"...아워홈, 신세계푸드 급식 인수 "갑론을박''

등록 2025.09.03 08:00:00 수정 2025.09.03 08:07:41
권하영 기자 gwon27@youthdaily.co.kr

단체급식 시장 재편…신세계푸드 이탈로 아워홈·삼성 양강 구도
아워홈 "단순한 외형 확장 아닌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일환" 전략
구지은 전 부회장 "급식 동종사 영업권 인수는 어리석은 전략"
편의점 업계 세븐일레븐-미니스톱 인수 사례와 흡사...변화 미미
일각선 "아워홈 인수, 삼성 추격보다 세븐일레븐 전철 밟을 수도"

 

【 청년일보 】 국내 단체급식 시장이 재편의 기로에 섰다. 신세계푸드가 단체급식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아워홈이 이를 품으면서 시장 구도 재편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워홈은 신세계푸드 인수를 통해 단숨에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서며 업계 1위인 삼성웰스토리를 비빡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등 유일한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외형 확대 이상의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등 아워홈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과거 편의점업계의 세븐일레븐-미니스톱 사례처럼 기대 만큼의 시너지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게 제기되면서, 이번 거래가 '게임 체인저'가 될지 아니면 '과욕의 선택'으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아워홈, 신세계푸드 단체급식 인수…"업계 2위 도약" 군불


3일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 신설 자회사 고메드갤러리아는 최근 신세계푸드와 단체급식 사업 양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워홈은 신세계푸드가 오는 10월 15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업양도 안건이 승인되면, 11월 28일을 양도 예정일로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단체급식 시장 점유율 약 7%를 보유한 업계 5위의 사업자다. 그러나 이번 영업양도로 단체급식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베이커리·프랜차이즈 버거·식자재 유통 등 소비자 접점이 높은 사업 영역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푸드 측은 "이번 거래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양사 모두에 시너지 창출과 경쟁력 제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핵심분야 성장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아워홈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숨에 업계 2위로 도약한다. 기존 점유율 18%에 신세계푸드의 7%를 더해 약 25%를 확보, 업계 1위 삼성웰스토리(29%)를 바짝 추격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3위 현대그린푸드(14.7%), 4위 CJ프레시웨이(10.9%)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매출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웰스토리의 연 매출은 약 1조9천억원, 아워홈은 약 1조2천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신세계푸드 단체급식이 속한 제조서비스 부문 매출(5천758억원)이 더해지면, 아워홈은 1조7천억원대에 근접하며 사실상 업계 1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아워홈 관계자는 "이번 인수 추진은 단순 단체급식의 외형 확장이 아닌 다양한 복합공간 F&B(MICE 시설 등) 및 프리미엄 주거단지 등 라이프스타일 식음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새 시장 개척과 함께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 "급식업계 영업권 인수, 가장 어리석은 전략"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식사업에서 가장 어리석은 전략이 동종사 영업권 인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급식 계약은 대부분 2년 단위로 갱신돼 불안정한 구조"라며 "신세계푸드 급식 중 우량 대기업 계약은 1~2년 내 해지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이마트의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 물량만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마트 캡티브 물량만으로는 LG계열사 물량 이탈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며 "이마트 캡티브 물량 확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발상은 시장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이거나 2년 내 도래하는 금융 만기에 대비해 단기적인 매출을 일시적으로 부풀려 외형상 성과가 좋아 보이게 하려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인수 3년…시장 판도 영향은 '미미'


이와 비슷한 전례로 편의점 업계의 세븐일레븐-미니스톱 인수가 거론된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2022년 일본 이온그룹으로부터 한국 미니스톱 지분 100%를 3천133억원에 인수했으며, 점포 통합 과정을 거쳐 지난해 3월 최종 합병을 완료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시장 확대 효과는 크지 않았고, 오히려 점포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 2022년 미니스톱을 인수한 이후 점포 수가 1만4천265개까지 늘어났으나, 지난 2년간 2천113개점이 감소하는 모습"이라며 "올해는 점포 수 감소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데, 상반기에만 약 800개 점포가 순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적도 녹록지 않다. 코리아세븐은 올해 상반기 매출 2조3천866억원, 영업손실 4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0억원 줄었다.


코리아세븐은 생활 소비경기 침체, 비우호적 날씨 등 외부 환경이 편의점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온 비효율 점포 정리 등 사업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영업손실 폭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합병 선언 이후 1년, 인수로부터 3년이 지났음에도 실질적인 시너지가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 세븐일레븐-미니스톱 전철 밟나…일각선 아워홈의 신세계푸트 인수 '오판' 우려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아워홈의 신세계푸드 인수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아워홈의 신세계푸드 인수는 급식 업계 1위인 삼성웰스토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시장을 위협하려면 계약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오히려 유지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거 삼성과 아워홈이 1·2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각각 범삼성, 범LG 계열이라는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며 "반면 신세계푸드는 서비스 중심 회사라 이마트에 의존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마트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신세계푸드가 급식 사업을 정리한 것"이라며 "아워홈이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매출을 유지하려면 이마트 물량을 계속 확보해야 하지만, 이미 그 기반은 사라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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