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담가중 vs 노동권 신장"…라이더 최저임금 보장 '설왕설래'

등록 2025.09.10 08:00:03 수정 2025.09.10 08:00:59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정부, 2027년까지 도급제 근로자 대상 최저임금 확대 예고…"사전 실태조사 실시"
노동계 "최저 수준 생계 위한 당연한 논의"…경영계 "라이더 실질 소득 감소할 것"
소비자, 찬반 의견 '팽팽'…"제도 안착 위한 충분한 사회적 숙의, 조사연구 필수적"

 

【 청년일보 】 정부가 배달 기사(이하 라이더)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예고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을 크게 환영하는 반면,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는 비용 부담 가중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라이더와 대리기사 등 도급제 근로자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기 위한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나섰다.

 

도급제 근로자는 근무 시간이 아닌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이르면 오는 2027년부터 이들에게도 업종별 특성에 맞는 최저임금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지난달 26일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노동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업종·직종·노무 유형별 종사자 수, 보수 산정 방식·지급 주기·주체·수령액 및 노동시간·대기시간·경비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최저임금 확대 적용은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저임금법 제 5조3항에 따르면, 근무 시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도급제 근로자는 실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1986년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도급제 최저임금을 별도 고시한 사례가 없다. 최저임금위원회도 관련 실태조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의 안건으로 논의하자는 노동계 요구를 지금껏 거절해 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 5월 이전까지 실태조사를 마친 뒤, 2027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결과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간 도급제 근로자의 최소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노동계는 정부의 방침에 환영하고 나섰다.

 

한 노동계 인사는 "그간 노동계가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요구했왔던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이 마침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더 많은 노동자가 기초적인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 도입에 앞서 진행되는 사전 조사를 통해 더 많은 업종, 직종의 도급제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도급제 근로자의 대표 직종 중 하나인 라이더 노조도 긍정적인 의견을 전하고 있다.

 

라이더 노조 관계자는 "도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제는 종종 발생하는 라이더 임금 미지급 사태에도 든든한 안전망이 돼줄 것"이라며 "열심히 일하고 돈을 제때 받지 못해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노동자들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 시간에 쫓기며 목숨을 걸고 배달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안정적인 생계 수단이 보장된다면 현재 일부 라이더의 주행 방식으로 불거지는 도로 위의 혼란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배달 플랫폼 업체 등 경영계는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배달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제가 도입되면, 현행 라이더 배달료 지급체계는 유지될 수 없다"며 "현재 라이더가 적은 곳은 배달료가 올라가고, 반대로 라이더가 많은 곳은 배달료가 낮아지는데, 최저임금이 도입되면 배달료가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일률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그는 "다른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배달, 물류사업만 전개하는 업체의 경우에는 비용 부담 증가로 현재 라이더에게 제공하는 각종 배달료 프로모션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업체 측은 최저임금이 라이더에게 실제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배달대행사, 제3자 물류(3PL) 등 물류 전문업체의 경우 현재 노조 측에서 주장하는 3천500원~4천원대의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며 "이들 역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라며 "라이더라는 직군의 가장 큰 유인책인 탄력적 소득이 사라지게 되면, 라이더 수 자체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도입 이후에는 4대 보험 등 일반 근로자에 준하는 의무가 지속해서 부여될 것이기 때문에 라이더는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의견 역시 엇갈리고 있다.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도입에 찬성하다는 한 20대 소비자는 "일상 생활의 다양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사회적 책무"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도입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기업 측의 과도한 우려로 보인다"며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인 노동체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최저임금 도입에 반대하는 한 50대 소비자는 "만약 제도가 도입된다면, 정규직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분명히 불거질 것"이라며 "사회 안전망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는 공감하지만, 실제 이 제도가 현실적으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빠른 배달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 역시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인데, 이와 같은 부분에 악영향이 있다면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해당 제도 도입과 안착을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심도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최저임금 확대라는 아젠다 자체는 하나의 사회적 흐름으로 무작정 막기만 한다고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이 도급제 근로자까지 확대될 경우 그 비용을 국가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느 직군과 업종에 어느 수준의 최저임금을 설정할 지에 대한 확실하고 공정한 잣대가 필수적"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제도 확대를 위한 사전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에 대한 긍정적 해석과 함께 실제 적용에 앞서 현장에서 야기될 다양한 혼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노동법 전문 유한나 변호사(법무법인 강건)는 "최저 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를 확대하는 방법은 크게 최저임금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과 최저임금법 제5조3항에 근거해 도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방법이 있다"며 "정부는 이중 후자의 방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최저임금법의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하고 있으며, 업무 수행과 과정에 관한 요소, 보수에 관한 사항,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유 변호사는 "도급제 근로자가 최저임금법의 적용 대상으로 편입되면, 법령에 의해 노동 시간에 따른 임금을 보장받기 때문에 노동권 신장의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려는 판례도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는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피하기 위해 도급제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프리랜서 소득세를 징수, 4대 보험을 가입해 주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유 변호사는 "최저임금법에 도급제 근로자를 포함해 이들이 받을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정하면서 4대 보험을 가입해 주지 않아도 되는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오히려 도급제 근로자 보호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도급제 근로자의 경우 같은 업종이더라도 계약 관계, 서비스 종류, 업무시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보수가 차이가 나는데, 이를 일괄 반영해 최저임금 상한을 결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외에도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법이 적용될 경우 실무 현장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구별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혼선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오히려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악용되는 경우도 예상되는 만큼, 정책 입안 시 이러한 부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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