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양극화·공급망 재편"…패션업계, 불확실성 '확대일로'

등록 2026.03.20 08:00:06 수정 2026.03.20 08:01:27
권하영 기자 gwon27@youthdaily.co.kr

"소비 양극화 심화"…국내 패션 시장 성장 둔화 흐름 '지속'
프리미엄 브랜드 부진…가성비 SPA는 견조한 성장세 유지
백화점 수수료 부담 확대…판관비 상승 수익성 압박 '가중'
"재고 부담 확대 여파"…현금흐름 저하 및 차입 부담 '증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중남미 생산 거점 이동 흐름 가속화
국내 의류 OEM 산업 대미 수출 의존도↑...리스크로 지적
"구조 변화 심화…기업 간 실적 격차·재무 부담 확대 전망"

 

【 청년일보 】 국내 패션 시장에서 소비 양극화와 비용 부담이 심화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맞물리며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하 OEM) 산업 역시 변수에 직면하는 등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0일 국가통계포털(KOSIS) 등에 따르면 국내 패션 소매판매액은 2023년 85조3천억원에서 2024년 85조5천억원, 지난해 86조2천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최근 2년 연속 성장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28.07%), 한섬(-17.7%), 신세계인터내셔날(적자전환)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며 수익성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8월)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1.6% 증가했으며,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도 2025년 7~12월 반기 영업이익이 519억원으로 7.7% 늘어나는 등 가성비 SPA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소비 양극화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재고 부담이 확대되고, 이는 현금흐름 저하와 차입금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고와 비용 구조 문제도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선기획 생산 방식으로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이 소요돼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할인 정책에도 제약이 있어 재고 소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여기에 백화점 중심의 유통 구조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백화점 실질 수수료율은 약 19~20% 수준이며, 인테리어·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할 경우 매출의 30~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주영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높은 수수료율과 최소보장 임대료 구조는 의류 브랜드사의 매출이 감소할 경우 판관비 부담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로 인해 수익성 하락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조적 부담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지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8.53%→5.59%), 한섬(4.27%→3.49%), 신세계인터내셔날(0.67%→-1.04%) 등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소비 양극화와 재고 부담 확대가 맞물리며 프리미엄 의류 브랜드의 수익성과 재무 부담이 동시에 악화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백주영 선임연구원은 "프리미엄 의류 브랜드의 경우 재고 부담 확대에 따라 수익성 하락과 현금흐름 저하가 나타나며 차입금 부담도 증가하는 모습"이라며 "소비 침체 국면에서 중산층 소비가 위축되고 가성비 브랜드 선호가 확대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와 SPA 브랜드 간 실적 차별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의류 OEM 산업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별도의 변수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 정책 변화와 원산지 규정 강화로 생산 거점이 동남아에서 중남미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2017~2019년)과 함께 중미 자유무역협정(이하 CAFTA-DR)에 따른 무관세 혜택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CAFTA-DR은 원사부터 최종 제품까지 원내에서 생산할 경우 관세 혜택을 부여하는 '얀 포워드(yarn-forward)'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남미 생산기지는 관세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세아상역은 코스타리카, 한세실업은 과테말라, 영원무역은 엘살바도르 등을 거점으로 생산 기반을 확대하며 아시아 중심의 공급망을 중남미로 다변화하고 있다.

 

국내 의류 OEM 산업은 높은 대미 수출 의존도 역시 구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주요 의류 OEM 기업의 매출 중 미국 비중은 70% 이상에 달하며, 일부 기업은 80~9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선임연구원은 "미국 시장 내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과 브랜드사의 재고 부담 수준이 향후 국내 의류 OEM 기업의 수주 실적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글로벌 의류 OEM 산업과 관련해 구조 변화에 따른 격차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 연구원은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자본력을 갖춘 대형 의류 OEM 업체와 그렇지 못한 중소형 업체 간 실적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품목 구성, 대미 수출 비중, 설비투자 이후 정상 가동률 확보 시점 등에 따라 수익성은 업체별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남미 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가 확대되면서 차입 부담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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