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란의 변호사 이야기] ⑪ 묻지마 범죄 대응을 위한 호신용품 사용...정당방위 요건은?

등록 2023.08.02 08:56:10 수정 2023.08.02 08:56:21
김희란 변호사

 

【 청년일보 】 안녕하세요. 김희란변호사입니다.

 

최근 신림동에서 묻지마 살인 범죄가 발생하였습니다. 범인은 생면부지인 피해자들을 흉기로 공격해 피해자 한 명은 살해되고 다른 피해자 세 명은 중상을 입었는데요.

 

묻지마 살인, 폭행 사건으로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입었고, 자구책으로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호신용품을 구입하는 사례도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시중에 있는 호신용품은 종류가 다양한데 상대방의 선제공격에 대응하여 호신용품을 사용할 때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쌍방폭행의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사용시 주의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묻지마 범죄로 인한 호신용품 구입 증가...특수폭행죄의 위험한 물건 가능성

 

호신용품에는 호루라기, 경보음, 후추스프레이, 삼단봉, 전기충격기 등이 있습니다. 호루라기와 경보음은 주위를 환기하고, 위험신호를 보내는 용도로써 상대방의 신체에 어떠한 유형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폭행죄 자체 성립이 안됩니다.

 

다만, 상다방의 공격에 대항하거나 방어를 위한 도구로서는 효력이 약하므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환기시키는 용도로 사용한 후 얼른 위급하고 위험한 현장에서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추스프레이, 삼단봉, 전기충격기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여야 합니다. 형법은 특수폭행죄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제261조). 특수폭행죄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타인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때 위험한 물건이라 함은 흉기는 아니더라도 생명,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포함합니다. 살상용·파괴용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칼·가위, 유리병·자동차,화학약품,사주된 동물도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도597 판결)

 

따라서 호신용품으로 구입한 후추스프레이, 삼단봉, 전기충격기도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호신용품 사용과 정당방위


따라서 모르는 사람의 선제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후추스프레이, 삼단봉, 전기충격기를 사용하더라도 특수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이미 도망을가고,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였음에도 호신용품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가해행위를 한다면 쌍방폭행은 물론 더욱 중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한편 형법상 정당방위(제21조 제1항)를 고려할 수 있는데 폭행 당시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하여 방어차원의 소극적 대응만 하였다면 정당방위가 성립합니다.

 

신체를 붙잡는 상대방을 뿌리치는 행위, 공격하는 상대방을 잡고 제압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정당방위인데요.

 

다만 흉기를 휴대하거나 필사적으로 공격하는 상대방의 행위에 저항하기 위하여 후추스프레이, 삼단봉, 전기충격기를 행사한 경우라면 사건의 경위, 상대방 공격의 방법 및 정도, 당사자와 상대방의 체형, 성별, 부상 여부 및 정도, 행위 장소 등을 고려하여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 정도를 초과한 과잉방위, 책임을 면하려면


이번 신림동 사건 처럼 전혀 무방비한 상태에서 예기치 못한 공격에 맞닿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야간에 무자비한 공격을 받거나 위험에 노출된 경우라면요?

 

선제공격에 방어하는 과정에서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당방위를 벗어났지만 과잉방위로 감경되거나 면책적 과잉방위로서 책임을 면할 수도 있습니다.

 

형법은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情況)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하고(제21조 제2항), 그 경우에도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驚愕)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행위를 하였다면 벌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1조 제3항).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유독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억울하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에 대한 먹먹함과 함께요. 부디, 이러한 사건이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기를, 앞으로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밝은 세상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글 / 김희란(법무법인 리더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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