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돌파라는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는 냉철하고 단호했다.
이 회장은 단기적인 실적 반등에 안주하기보다, 삼성의 근간이자 생존 전략인 '기술 초격차'를 재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이 회장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면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도 사업부별로 당면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으며, '사즉생(死則生)'의 각오와 '승부에 독한 삼성인' 등 강도 높은 위기 의식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이 현재의 호실적에도 다시 한번 고삐를 죄고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선 내부 혁신의 결실이라기보다 반도체 업황 회복 등 대외 환경에 기댄 측면이 크다는 냉철한 진단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기업 최초의 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연간 매출액도 332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수익성이 극대화되면서 수치상으로 완벽한 '부활'을 알린 상태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 회장의 취임 3주년인 지난해 10월 27일 사상 첫 '10만 전자' 고지를 밟았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보이며 이달 23일 종가 기준 15만2천100원까지 치솟아 불과 1년 만에 주가을 세 배 가까이 불렸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증권가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높이는 추세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이미 목표가를 20만원 이상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 회장의 해당 발언을 두고 '반도체 편중 현상'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수요 정체로 인해 수익성 압박이 거세지고 있고, 특히 TV와 생활가전 분야의 경우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거센 도전 속에 '샌드위치' 신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자만을 경계하고 나선 것은, 현재의 성과가 혁신의 결과물이 아닌 업황에 따른 '일시적 수혜'일 수 있다는 냉철한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병철·이건희 선대회장 시절부터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주 언급했는데, 이런 연장선에서 이 회장도 비슷한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중심 경영 ▲우수인재 확보 ▲기업문화 혁신 등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를 수여했다. 이는 막연한 위기 의식을 넘어 성과로 증명하는 '실행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됐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편,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및 조직 관리 역할 강화를 목표로 순차 진행되고 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