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 진출을 본격화하며 종합 금융그룹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금융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재추진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금융당국으로부터 SBI저축은행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최대주주인 SBI홀딩스로부터 지분 50%+1주를 약 9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교보생명은 기존 보험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증권, 자산운용에 이어 저축은행까지 아우르는 금융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수신과 여신 기능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SBI저축은행은 자산 약 14조원 규모의 업계 1위 사업자로, 전국 단위 영업망을 보유한 유일한 저축은행이다.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전국 5개 권역에서 영업이 가능해 사실상 전국 단위 영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교보생명은 지방은행에 준하는 여신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지배구조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퍼즐이 맞춰졌다는 해석이다.
향후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본격 추진할 경우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된다. 캐피털사, 디지털 금융 플랫폼, 중소형 증권사 등이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며 금융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이어질 전망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저축은행 진출은 지주사 전환 추진과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라며 “장기적으로 손해보험사 인수 등 비보험 금융사업으로 영역 확대에도 나설 계획”이라 전했다.
다만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위해서는 재무적 투자자(FI)와의 분쟁 해결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교보생명은 2012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계약에는 일정 시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가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이 포함됐다. 이후 상장이 지연되자 투자자들이 권리를 행사했지만, 가격 산정을 둘러싼 이견으로 분쟁이 장기화됐다. 양측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와 국내 소송을 병행하며 수년간 갈등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SBI홀딩스는 교보생명의 우군으로 부상했다. SBI홀딩스는 지난해 어피니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고,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백기사’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사는 2007년 지분 투자 이후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리금융 인수 검토, 인터넷은행 설립 논의, 디지털 금융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가능성을 모색해 왔으며, 최근에는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FI와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EQT파트너스 등 일부 투자자와의 풋옵션 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대법원 판단에서도 교보생명 측에 불리한 요소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교보생명의 IPO는 단기간 내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배구조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이후에야 상장 작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사업 기반이 크게 확장된 것은 분명 긍정적”이라면서도 “FI와의 분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IPO를 서두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리스크가 정리되는 시점에는 상장 논의도 빠르게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