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석구석: 공간에 새겨진 도시 변화의 서사> 시리즈는 서울의 역동적인 변화를 공간의 재구성이라는 프리즘으로 분석한다.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를 향한 도시의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 그 현장의 모습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도시의 물리적 변화가 개인의 일상, 경제, 문화, 심지어 정치적 지형까지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살펴보고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다층적인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 스물세 번째 장소로, 낡은 관문을 헐고 한강과 녹지, 행정이 어우러진 복합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광진구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 청년일보 】 광진(廣津). 너른 나루라는 지명처럼 이곳은 고구려의 기상이 서린 아차산과 한강이 맞닿은 배산임수의 요지다. 1995년 성동구에서 분리된 이후 어린이대공원과 건국대·세종대를 품은 교육·문화 도시로 성장해온 광진구는 이제 단순한 배후 주거지를 넘어 서울 동부권의 자족형 중심지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2026년 현재 광진구의 지형 변화는 구의역 일대의 행정·업무 복합개발과 강변역의 교통 현대화, 어린이대공원 주변의 규제 해소, 그리고 한강 변 주거 재생이라는 네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는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정체된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장기 전략의 결과다.
◆ 고도지구 해제와 어린이대공원의 재탄생
건국대와 세종대, 어린이대공원을 품은 능동과 구의동 일대는 오랜 기간 고도지구로 묶여 개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공원 경관 보호라는 명목하에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높이 규제는 이 일대 주거지의 노후화를 가속했다.
하지만 2022년 고도지구 폐지 결정 이후 높이 제한이 대폭 완화되거나 철폐되면서 공간 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과거 저층 주거지에 머물렀던 능동 일대에는 이제 청년 주택과 세련된 디자인의 주거 복합 시설들이 들어설 채비를 마쳤다.
이는 건국대와 세종대를 잇는 대학가 상권의 확장과 맞물려, 어린이대공원이라는 녹지 인프라를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역동적인 도심 주거지로의 변모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화양동 육영재단 인근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이사 온지 3년 가까이 되었는 공원이 가깝고, 가을에는 단풍이 정말 멋지다"라며 "병원, 대학가도 가깝고, 성수동도 인근이라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구의역 행정타운과 동서울터미널의 현대화
광진구의 경제 중심축인 구의역 일대는 첨단 행정타운으로 거듭나고 있다. 구의·자양 재정비촉진지구 내에 조성 중인 광진구청 신청사와 구의회, 보건소가 결합된 복합 업무 단지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과거 법원과 검찰청이 떠난 자리에 들어서는 이 거대한 융복합 공간은 지역 내 유동 인구를 대폭 늘리며 침체되었던 주변 상권의 재편을 이끌고 있다.
구의동의 상징인 동서울터미널 역시 38년 만의 대개조를 앞두고 있다. 2026년 말 착공해 2031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지하 7층에서 지상 39층 규모의 입체복합시설을 지향한다.
모든 터미널 기능을 지하화하여 교통 정체와 소음을 해결하고, 지상부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시민 공간으로 돌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약 1천40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를 통해 강변역 리모델링과 한강 연결 보행 데크 조성도 함께 진행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뉴욕이나 도쿄 중심부의 복합 터미널 시설들을 보며 동북권 관문인 동서울터미널에 아쉬움이 남았다”며 “사전협상을 통해 시설 노후화, 극심한 교통체증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동서울터미널이 한강을 품은 39층의 광역교통허브로 재탄생해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양동 한강 변 스카이라인의 진화
한강과 맞닿은 자양동 일대의 주거 지형도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자양4동 일대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최고 50층 규모의 한강 특화 단지로 탈바꿈한다.
뚝섬한강공원과의 보행 연결성을 극대화한 이 대단지는 주거 공간이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행정타운과 터미널 현대화, 그리고 어린이대공원 주변의 규제 완화는 구 전체를 비즈니스와 문화가 흐르는 자족 도시로 완성하기 위한 기둥"이라며 "아차산의 녹지와 한강의 수변을 시민의 일상으로 더 가깝게 연결하는 공간 기획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광진구는 지리적으로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산과 강, 대형 공원을 모두 갖춘 희소성 있는 입지"라며 "대규모 복합개발과 고도제한 해제가 완료되는 시점에는 서울 동부권의 독보적인 정주 거점으로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진구의 변화는 계획표 위에서는 정교하다. 터미널 현대화, 행정타운, 고도지구 해제가 모두 예정대로 맞물린다면 동북권에서 드문 자족형 거점이 만들어진다.
변수는 속도다. 임시 터미널 운영, 장기 공사 민원, 상권 공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청사진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결정한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