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2∼5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전체 조감도. [사진=서울시]](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7/art_17513548433573_a3b042.jpg)
【 청년일보 】 서울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압구정 재건축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압구정 2구역의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전격 불참을 선언하면서, 건설업계의 관심은 압구정 재건축 사업지 중 가장 규모가 큰 3구역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20일, 삼성물산은 압구정 2구역 현장 설명회를 앞두고 수주 불참 의사를 밝혔다. 삼성물산 측은 "조합 측의 이례적인 대안설계 및 금융 조건 제한으로 당사가 준비한 사항들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불참 사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열린 2구역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8개 건설사들이 참석했지만, 삼성물산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삼성물산이 압구정 곳곳에 홍보 광고물을 부착하며 공격적인 수주 의지를 보여왔기에, 이번 불참 선언은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이번 행보가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물산의 진짜 목표는 처음부터 2구역이 아닌, 규모와 지리적 위치 면에서 압구정 재건축의 '알짜'로 불리는 3구역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2구역이 사실상 현대건설의 텃밭임을 알면서도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것은 3구역 수주전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압구정 3구역은 압구정동 369-1 일대 39만187.8㎡ 규모로, 총 사업비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재건축 대상지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기존 3천934가구가 최고 70층, 5천175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재건축된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7/art_17513549543769_728fb9.png)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압구정 2구역 수주전에 들어섰을 때부터 현대건설에 우위를 점하리라 여기지 않았고, 이는 삼성물산에게 3구역을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이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물산의 불참으로 압구정 2구역은 사실상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수의 계약)이 유력해졌지만, 현대건설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압구정 2구역 수주를 위해 단독입찰이더라도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삼성물산이 압구정 3구역에 전력투구한다면 현대건설로써도 3구역 수주를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대건설은 2020년 한남 3구역에서 승리했지만, 올해 초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 한남 4구역에서는 삼성물산에 패배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한남 4구역 조합원들이 '옆 구역과 차별화'를 원하며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준 사례는 현대건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2·3구역 모두를 수주하겠다는 각오로 임직원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해지며 이는 압구정 3구역에서 조합원들의 요구를 얼마나 세밀하게 파악하고 차별화된 제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 [사진=강남구]](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27/art_17513550178928_7c3690.jpg)
더욱이 압구정 3구역에는 삼성물산 외에 또 다른 경쟁자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HDC현산은 1976년 현대건설 주택사업부 '한국도시개발'이 전신으로, 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 4~14차 개발을 주도했다.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 후 '아이파크'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DNA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최근 HDC현산은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에서 시공권을 확보하고, 4년 만에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선전하는 등 '기세'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3구역 수주전이 단순한 2파전이 아닌, 더욱 복잡하고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현재까지 압구정 2구역은 현대건설의 단독 수주가 유력하지만, 이는 압구정 재건축 전체 판도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의 시선은 이미 내년경 펼쳐질 압구정 3구역으로 향한다.
삼성물산의 전략적 선택, 현대건설의 수성 의지, 그리고 HDC현산의 참전 가능성까지 얽히면서 다가올 압구정 재건축 사업의 가장 뜨거운 '왕좌의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