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경쟁력 회복 발판 마련"...신세계, 정용진式 '성과주의' 인사 단행

등록 2025.09.30 08:00:02 수정 2025.09.30 08:00:09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신세계그룹, 평년 대비 한 달 앞당겨 정기인사 단행…8개 계열사대표 전격교체
80년대생 40대 '실력파' 대거 기용…"본업 경쟁력 회복 위한 과감한 인사 시도"
정용진표 인사 평가 속 신세계 경쟁력·유연성 강화…"경쟁사에 참고 사례" 분석도

 

【 청년일보 】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회장 특유의 '성과주의' 기조를 앞세운 정기 인사 단행을 통해 미래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신세계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40대 중심의 '젊은 리더'를 앞세웠다는 점에 주목하며 대대적인 조직 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2026년 임원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정기 인사는 평년보다 약 한 달 일찍 이뤄진 '깜짝 발표'로,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계열 분리를 진행 중인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건설과 면세점 등 8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대표적으로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시그나이트(벤처캐피탈 계열사)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장으로 승진한 문 대표는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도 맡게 됐다. 시그나이트는 신세계인터내셔날(50%), 신세계(30%), 신세계센트럴(20%)이 지분을 분산 보유한 벤처캐피탈이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가 교체된 계열사는 G마켓과 SSG닷컴,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건설,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푸드,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이다.

 

특히,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의 합작 법인의 자회사로 편입된 G마켓 신임 대표에는 전자상거래(이하 이커머스) 업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1985년생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이 내정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임스 장은 알리바바의 동남아 지역 플랫폼인 라자다를 경영한 인물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그가 G마켓에서 활동하고 있는 판매자(셀러)의 글로벌 판로 확대를 적극 도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G마켓의 인공지능(AI) 역량 향상을 주된 목표로 삼을 것으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알리바바의 지역 플랫폼을 이끌었던 제임스 장이 G마켓의 신임 대표로 선임된 것을 두고, 신세계그룹이 G마켓을 '알리바바 플랫폼화' 하는 데 일찍이 발을 맞춘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신임 G마켓 대표가 그간 업계에서 쌓아온 경력과 실력을 바탕으로 G마켓의 흑자 전환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SSG닷컴의 새 대표에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그는 이마트와 SSG닷컴 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해 신선식품 등 SSG닷컴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또한, 최 신임 대표는 공급망관리(SCM) 전문가로, 유통 구조 효율화에 차별화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G마켓이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에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향후에는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 역량을 SSG닷컴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있다.

 

신세계그룹이 유통 구조 효율화 등 고정비 절감을 통해 SSG닷컴을 그룹을 대표하는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고도화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신임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는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이 내정됐다. 김 신임 대표는 그간 쌓아온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 개선을 이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1부문 대표에 1980년생 서민성 대표를 내정하며 '성과에 따른 젊은 인재'를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서 대표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서 뷰티사업 부문의 혁신적인 전략 수립을 주도했던 전문가다.

 

 

아울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2부문에는 인기 뷰티 브랜드 '어뮤즈'의 대표였던 1985년생 이승민 대표가 새롭게 내정됐다. 그는 신세계그룹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로서, K-뷰티 확산 기조에 맞춰 입증된 실력을 바탕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부문을 이끄는 한 축을 담당한다.

 

이외에도 신세계푸드 대표로는 임형섭 기업 간 거래(B2B) 당이 선임돼 '식품 B2B 전문기업 전환'을 추진한다.

 

신세계디에프 대표로는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발탁됐다. 이 신임 대표는 조선호텔, 스타벅스 대표 등을 역임한 베테랑 경영인으로 실력주의 인사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에는 강승협 전(前) 신세계푸드 대표가 자리를 옮겼고,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마케팅 전문가 최훈학 SSG닷컴 대표가 내정됐다.

 

한편, 신세계그룹의 이번 임원 인사에 신임 임원으로 선임된 32명 중 절반 가까운 14명이 40대로 파악됐다. 전체 임원 중에서 40대 비율은 16%로 이전보다 두 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가 정용진 회장이 그간 강조해온 성과주의에 부합하는 '본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인사라는 데 입을 모은다.

 

최근까지 지속된 내수 침체로 인해 '현행 유지'가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 기조였다면, 이제는 보다 공세적인 사업 전개를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유통 기업로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인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신세계그룹의 이번 인사는 그야말로 실력, 성과에 기반한 파격적 인사"라고 평가하며, "특히 각 부문별 사업 현황과 실적에 따라 적합한 역량을 보유한 인사를 과감하게 내정함으로써, 본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발판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급변하는 유통업계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40대 중심 젊은 임원의 비중을 전진 배치했다는 점도 크게 주목할 부분"이라며 "'40대'라는 나이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40대에 들어설 때까지 임원으로서 역할할 '실력'이 입증된다면, 리더로서 기용될 수 있다는 신세계그룹의 유연함을 강화해나가고 있다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반적인 기업 경영 환경에 탄력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해외 경쟁사 대비 다소 경직적인 구조와 환경으로 비판받아온 국내 기업 문화를 변화시킬 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도 "이번 신세계그룹의 인사는 실력, 구체적 성과, 40대 등 세 가지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며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한국 제1의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부가 엿보이는 인사"라고 해석했다.

 

그는 "정용진 회장은 그간 신세계그룹의 업무역량과 성과에 기반한 인재 양성 기조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이러한 인재 발굴과 성장 환경이 신세계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용진 회장은 올해 1월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본업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본업이란 오늘의 신세계그룹을 있게 한 성장 엔진이며, 엔진의 핵심 연료는 '1등 고객'"이라고 말했다.

 

그는 "1등 고객은 새로움을 갈망하고 과거와는 다른 경험을 통해 큰 만족을 느낀다"며 "그들은 기업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내놓을 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 삶이 얼마나 나아지는지 보고 이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한다"며 고객에 능력과 성과에 기반한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성과주의를 구현한 새로운 리더십을 토대로 본업 경쟁력 극대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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