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영의 '실버 산업' 현황과 전망] <148> 치매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열쇠, 국가책임제와 맞춤돌봄의 결합

등록 2026.03.30 10:06:11 수정 2026.03.30 10:06:11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 청년일보 】 대한민국이 직면한 초고령사회라는 파고의 중심에는 '치매'라는 구조적 위험이 자리하고 있다.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사실상 확정된 현재,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불행이나 가족의 희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 치매 환자의 증가는 가계의 경제적 몰락뿐 아니라 돌봄을 위한 노동 인력의 이탈, 나아가 사회적 안전망의 실효적 붕괴를 초래하는 연쇄적 하중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7년 천명된 '치매 국가책임제'는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 유지 장치로서 그 당위성을 지닌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본질적 가치는 돌봄의 사회적 분담에 있다. 전국 256개 시·군·구에 구축된 치매안심센터를 기점으로 조기 검진, 의료비 지원, 장기요양보험 확대 등 공적 개입의 외연을 넓힌 것은 유의미한 진전이다. 특히 중증 치매 환자의 산정특례 적용을 통한 본인 부담률 완화와 경증 환자를 위한 '인지지원등급' 신설은 공적 돌봄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치매를 '개인이 극복해야 할 질병'에서 '국가가 관리해야 할 사회적 상태'로 전환하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제도적 인프라의 양적 팽창이 곧 돌봄의 질적 완성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치매는 환자마다 발병 원인이 상이하고, 인지 저하의 속도와 행동 심리 증상(BPSD)이 천차만별인 매우 복합적인 질환이다. 획일화된 시설 수용이나 정액 위주의 보조금 지급 방식만으로는 개별 환자의 존엄을 지키고 가족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경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책임'이라는 선언적 틀 위에 '맞춤형 돌봄'이라는 정교한 설계를 입히는 일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맞춤형 사례관리'의 내실화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다. 치매 단계, 신체 기능, 주거 환경, 가족의 수급 능력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정밀하게 분석하여 최적화된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은 치매 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핵심 기제다. 특히 독거 치매 노인이나 노노(老老) 케어 가구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고위험군에게 지역사회의 의료와 복지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불필요한 시설 입소를 늦추고 삶의 터전에서 노후를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실현하는 결정적 열쇠가 된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현장에서의 유기적 작동 여부에 달려 있다. 중앙정부의 안정적인 재정 책임과 더불어 지자체의 자율적인 서비스 기획력, 그리고 민간 의료·요양 기관의 전문성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결합되어야 한다. 지역 간 돌봄 인프라의 격차를 해소하고 전문 인력의 처우를 개선하여 서비스의 표준화를 이루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다. 맞춤돌봄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의 중장기적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인도적인 투자임을 직시해야 한다.

 

치매 국가책임제와 맞춤돌봄의 결합은 노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계약의 완성이다. 우리가 치매 환자를 대하는 방식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척도이자,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자신이 마주할 안전망의 예표이기도 하다. 이제 제도의 외형을 넘어 실행의 깊이를 고민해야 할 때다. 설계의 정교함이 현장의 실행력과 만날 때, 비로소 국가는 치매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
보건복지부 장관상 2년 연속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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