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면세점 인천공항 진출 현실화(?)"…국내 면세업계, 임차료 부담에 '백기'

등록 2025.11.05 08:00:05 수정 2025.11.05 08:01:15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신세계·신라면세점, 인천공항 사업권 일부 반납…"경영상 피해 심각"
"임대료 조정 필요"…인천공항공사, 법원 강제조정안에도 '이의' 제기
차기 후보 롯데면세점·CDFG 등 거론…"막강한 자본력 앞세울 가능성"

 

【 청년일보 】 국내 면세업계가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에서의 사업을 잇따라 포기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천공항이 업계의 어려움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중국계 면세업체의 국내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해외 송출 여행객 감소, 국내 면세사업 부진 등으로 혹한기를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2분기 매출 6천51억원과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3% 증가했지만 오히려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 1조254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과 달리 신라면세점은 '영업손실'의 늪에 빠지진 않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약 69% 급감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만이 올해 2분기 6천685억원의 매출과 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국내 면세업계의 실적 부진 이유로 공항 정규 매장 개점에 따른 임대료 증가, 해외 송출객 회복세 부진 등을 꼽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주요 요인으로는 지난 2023년 7월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가 거론된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신세계·신라면세점에 밀려 입찰권을 얻지 못하면서 22년 만에 처음으로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한 바 있다.

 

반면, 오히려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계속해 왔던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은 영업손실 및 영업이익 감소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인천공항의 면세사업으로 인해 과도한 비용이 지출된다고 호소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측면에서 봤을 때 인천공항에서 영업활동을 지속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그간 면세업계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지속 요구해 왔지만, 공사 측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은 본래 업체별로 고정 임차료를 납부하는 형태로 운영됐지만, 2023년부터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해 산출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여행객들의 소비패턴 변화로 면세점 구매량과 구매금액이 감소하자, 면세점 매출은 줄어드는 한편, 임대료는 지속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앞서 법원도 공항공사가 신라면세점 임대료를 25%, 신세계면세점 임대료를 27% 각각 인하해야 한다는 강제 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같은 법원의 강제 조정안에도 불구하고, 공사 측이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신세계·신라면세점은 결국 인천공항 면세사업에서 일부 철수를 결정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 DF2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에는 DF4 구역만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신세계면세점은 DF2 구역에 대한 10년 사업권을 획득하고, 지난 2023년 4월부터 운영해 왔는데, 내년 4월 27일까지만 해당 구역에서 면세사업을 영위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 역시 올해 9월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했고, 이에 내년 3월 17일까지만 해당 권역에서 사업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후에는 DF3 권역 사업장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요 면세업체의 이러한 결정이 사업 철수로 인천공항 측에 지불할 위약금 보다 중장기적인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당장 천억원대 이상의 위약금을 지출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저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공항 내 면세사업을 정리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편의와 '인천공항'이라는 국제적 위상에 맞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지만, 공사 측의 아집으로 더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게 돼 아쉬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인천공항에서 면세사업을 지속하기에는 경영상 손실이 너무 커 사업권 반납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며 "전체적인 영업이익 규모가 줄어들더라도 지속 가능한 생존방안을 찾는 게 현재 업계의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사업에서 일부 철수함에 따라, 이들이 반납한 사업권을 어느 업체가 가져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후보로는 롯데면세점, 현대면세점, 중국국영면세그룹(이하 CDFG) 등이 있다.

 

올해 안으로 재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사업권 재입찰 과정에서도 또 다시 '임대료'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공사 측이 종전과 유사한 수준의 임대료를 고집한다면, 가까스로 흑자로 돌아선 롯데면세점 역시 또다시 공항 면세사업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강력한 자본력을 보유한 CDFG가 공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CDFG는 중국국제여행사총사유한회사의 자회사로 2018년 기준 전 세계 4위의 면세업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DFG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사 측이 요구하는 임대료 수준을 수용한다면, 실제 중국계 면세점이 국내 인천공항에서 사업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외국계 면세업체가 인천공항에서 사업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공사 측이 국내 면세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합리적인 임대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인천공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항으로, 국내 면세업체들이 입점해 사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상징성을 가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공사 측이 법원의 강제 조정안을 수용해 차기 입찰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에 합리적인 임대료 수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면세사업이 위축될 경우 이는 결국 공사 측의 손실로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국내 면세업체가 인천공항에서 '완전 철수'를 결정한다면, 어느 업체가 인천공항 사업권 입찰에 도전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공사 측이 고집을 꺾고 업계와 함께 상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봤을 때 임대료를 두고 업계와 공사 측이 벌이는 갈등은 결코 양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사가 눈앞의 이익만을 쫓게 될 경우, 실제 외국계 면세점들이 인천공항을 장악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며 "인천공항 역시 국내 면세업체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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