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년 연속 이어오던 '영업이익 1조 클럽' 행진이 멈춰 섰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믿었던 그룹 계열사 물량(캡티브) 감소에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경쟁사들이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신음할 때도 나 홀로 독주 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캡티브 물량이 빠지자 실적이 반토막 났다.
다만 미래 먹거리인 수주 곳간은 30조원 가까이 채우며 기초 체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점, 최근 연임에 성공하며 리더십을 재확인받은 오세철 사장은 '정비사업·친환경·AI'라는 3각 편대를 앞세워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자생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매출 32% 증발... '반도체 공장' 멈추자 실적도 멈췄다
지난 3분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누적 매출은 10조1천46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9천808억원) 대비 32.55% 급감했다.
수익성 지표는 더욱 뼈아프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8천561억원에서 올해 3천876억원으로 54.72%나 쪼그라들었다. 사실상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은 무산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그동안 삼성물산의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공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평택 P3 공장과 미국 테일러 공장 등 대형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반면, 기대했던 후속 공사 발주는 지연된 탓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실적 감소와 관련해 "반도체 공사 일정이 일부 지연되면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으나 이는 연초부터 예상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믿을 건 주택뿐"... 알짜 정비사업으로 30조 곳간 사수
실적 한파 속에서도 고무적인 대목은 미래 일감인 '수주 잔고'의 증가세다.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까지 17조6천288억원의 신규 수주를 달성하며, 총 수주 잔고를 29조6천797억원까지 늘렸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6% 증가한 수치로, 삼성전자 물량이 빠진 자리를 외부 일감으로 메우는 데 성공했다.
일등 공신은 단연 '래미안'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도시정비사업이다. 삼성물산은 3분기 누적 건축 수주액 약 11조원 중 9조원 이상을 정비사업으로 채웠다.
특히 1조5천700억원 규모의 한남4구역 재개발 등 서울 핵심 입지를 선별 수주하며 내실을 다졌다. 서울 정비사업은 미분양 리스크가 낮고 공사비 회수가 용이해 대표적인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아울러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 평택 P4 공장(ph4) 공사(2조1천726억원)를 추가 수주하며, 막혔던 그룹 물량의 숨통도 트일 전망이다.
◆ 오세철의 승부수 "기술 기업 도약"...증권가 "4분기 턴어라운드 예상"
실적 부진에도 오세철 사장이 유임된 배경에는 이러한 체질 개선 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오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단순 시공사를 넘어 '에너지·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글로벌 에너지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카타르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1조4천600억원)와 루마니아 SMR(소형모듈원전) 기본설계 수주 등 탈탄소 시대의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했다.
또 다른 승부수는 '인공지능(AI)'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AI 네이티브 건설사'를 선언하며 DXP사업부 산하에 'AI혁신본부'를 신설했다. 네이버와 SK텔레콤 출신 이현아 상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입찰 제안서를 분석하거나 법적 리스크를 점검하는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해 내년부터 전 현장에 도입한다. 사람이 하던 실수를 줄이고, 비용 누수를 AI 기술로 막겠다는 전략이다.
한화투자증권 송유림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하이테크 매출 감소가 3분기를 저점으로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며 "4분기부터는 평택 P4 공사 본격화 등으로 실적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역시 "내년 초 발표될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과 SMR 등 신사업 가시화가 주가 재평가의 기회"라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올해는 주택 분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9조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했고 카타르, 호주 시장에서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따내며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한 해였다"라며 "반도체 공사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투자 계획이 수립되는 분위기인 만큼 내년에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