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장동력 변천사 (下)] “이재용이 키운 삼성 바이오…신수종에서 4조 클럽까지”

등록 2025.06.15 08:00:03 수정 2025.06.15 08:00:10
김민준 기자 kmj6339@youthdaily.co.kr

삼성, 2010년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 선택
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설립, 글로벌 시장 정조준
ADC 진출 및 사업 분할로 '제2도약' 시동 걸어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한국 경제는 폐허 상태에 놓였지만, 국민들은 굴하지 않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이병철 창업주는 ‘사업보국’이라는 신념 아래 섬유 산업에 뛰어들며 산업의 기초를 다졌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반도체에 과감히 도전해 한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이끌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바이오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청년일보는 각 시대의 전환점을 만들어온 삼성의 성장동력 변화를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이병철 회장, 제일모직으로 한국 섬유산업 새 시대 열다”

(中) "이건희의 결단, 반도체 불모지에서 세계 1위로"…삼성 반도체 신화의 시작

(下) “이재용이 키운 삼성 바이오…신수종에서 4조 클럽까지”

 

 

【 청년일보 】 2007년 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신수종사업발굴팀’을 설립했다. 이는 당시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부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한계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반도체 사업 부문을 대체하거나 실적이 하락하더라도 이를 보완해줄 사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4년 기준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7조 4천7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당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12조 168억원의 62.2%에 해당하는 실적으로, 사실상 ‘삼성전자=반도체 회사’가 되어버린 셈이었다.

 

문제는 2005년 이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추락했다는 것에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의 연도별 영업이익은 각각 ▲2005년 5조 4천437억원 ▲2006년 5조 1천298억원 ▲2007년 2조 3천472억원으로 2004년 대비 급감했다.

 

2007년 기준 다른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디지털 미디어 1조 616억원 ▲정보통신 2조 7천565억원 ▲LCD 2조 1천156억원 ▲생활가전 1천598억원 ▲기타 5천324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에 따라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김태한 前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당시 전무) 포함 13명 인력으로 ‘신수종사업발굴팀(신사업팀)’을 꾸려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착수, 2010년 5월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발표했다.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를 선택한 이유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간 고령화와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다양한 질병 치료 가능성 상승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당시 신사업팀을 비롯한 삼성그룹의 판단이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가 2006년 707억 달러에서 2022년 기준 약 3천590억 달러로 성장했고, 2030년에 7천5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됨을 고려하면 정확한 판단이었던 셈이다.

 

 

◆ “CDMO·바이오시밀러 전략…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부터 ‘1위 기업’ 도약하기까지”

 

삼성그룹의 바이오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바이오의약품의 초기 개발부터 임상과 상업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end-to-end’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기업으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으로 각각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1공장(3만L)을 완공한 것을 시작으로 ▲2공장(15.4만L) ▲3공장(18만L) ▲4공장(24만L) 순으로 생산 능력을 늘렸으며, 5공장(18만L)을 비롯해 공장(6~8공장)을 추가로 더 계획 중으로 2032년 완공 시 132.4만L 생산 규모의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2012년에 설립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 바이오시밀러와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 4조 5천473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4조 클럽'에 등극했다. 영업이익은 1조3천201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은 4공장 매출 상승 및 1~3공장 풀가동을 바탕으로 매출액 3조 4천971억원과 영업이익 1조 3천214억원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글로벌 성과 확대를 통해 매출액 1조 5천377억원과 영업이익 4천354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부터 신약 개발에 뛰어들지 않고 CDMO부터 차근차근 진출한 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았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A씨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된 지 15년도 되지 않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1위를 넘보고 있다”며,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경쟁력이 있는 회사임을 뜻하며, 전략적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 증표”라고 말했다.

 

특히 “위탁생산(CMO)부터 시작한 덕분에 자금 조달과 투자 및 자산 관리 등의 파이낸스(finance)를 비롯해 기술적인 노하우와 글로벌 시장 흐름을 충분히 공부할 수 있었고,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CMO를 받아 수행함으로써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 개발 전략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요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B씨도 “처음부터 CMO로 가지 않고 바이오시밀러나 신약을 연구·개발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면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것”이라면서 “CMO를 통해 간접 경험을 쌓으면서 시행착오를 줄여나간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으로 뛰어들었던 시기가 미국과 EU에서 약가 혜택 등 바이오시밀러를 보호·지원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던 시기였다”며, “삼성이 바이오산업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시기를 잘 탄 영향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 이재용 회장이 챙기는 ‘삼성바이오’…사업 성장 일환 ‘사업 분리·ADC 진출’ 추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바이오 사업을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착실히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호아킨 두아토 J&J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BMS CEO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를 각각 만나, 바이오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쳐 글로벌 협업을 한층 더 강화함으로써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 위함으로,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빅파마들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등 바이오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장을 찾아 최근 가동을 시작한 5공장 등을 살펴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등 바이오 사업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이재용 회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 분할과 새로운 의약품 분야로의 진출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ADC 분야 진출과 분할 및 ‘삼성에피스홀딩스’ 설립 통한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분리를 추진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차세대 항암제로 떠오르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의약품 생산을 위한 전용 생산시설 가동에 돌입했으며, 향후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또 CMO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 분리 및 독립 의사결정 체계를 더욱 공고히함으로써 바이오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 혼재로 인한 CDMO 고객사와 경쟁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고객사의 잠재적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 A씨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의 브랜드에 맞게 글로벌 빅파마들과 팀을 이루어 협력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 B씨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성장하려면 우수한 인력 확보가 필요하며, 특히 신약 개발에 대해서 정확히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미국·유럽 인허가 기관에서 전문적인 활동을 했던 사람이나 신약 개발 성공을 거둬본 사람을 스카우트해서 바이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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