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 3월부터 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의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가 마침내 총 두 곳 등장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M&A) 절차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사들이 홈플러스의 잔여 매장을 분리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는 총 두 곳이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31일 최종 마감 기한이었던 홈플러스 공개입찰에는 하렉스인포텍을 비롯해 스노마드 등 두 개 이상의 복수 기업이 참여했다.
하렉스인포텍은 '유비페이' 등의 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전문 핀테크 기업이며, 스노마드는 부동산 임대 및 개발업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실제 홈플러스를 인수하고 운용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거래비상장의 개별 재무제표에 따르면, 하렉스인포텍의 지난 2020년, 2021년 매출은 각각 1억원과 5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77억원, 65억원에 이르렀다. 해당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각각 65억원과 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3억원과 33억원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를 영업이익률로 환산하면 2020년 -6천110%, 2021년 -1천460%였고, 작년 역시 -1천30%에 육박했다.
자본금과 부채 상황 역시 비관적이다. 2021년 121억원의 자본에 34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던 하렉스인포텍은 작년 자본금이 10억원으로 감소했고, 29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특히 업계는 하렉스인포텍이 미국으로부터 약 3조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내용을 인수의향서에 담은 데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하렉스인포텍은 2000년 설립된 기업으로, 투자자문사를 통해 미국에서 20억달러(약 2조8천억원)를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 및 운영한다는 계획을 인수의향서에 포함했다.
스노마드 역시 하렉스인포텍과 유사한 평가를 받는다. 작년 기준 스노마드의 매출은 116억원, 자산총계는 1천59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더라도, 이후 운영에 연간 최소 약 6천600억원(ABSTB 피해자 보상액 약 4천600억원, 운용자금 약 2천억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M&A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만약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 기업은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법인 재산을 정리해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한 후 남은 재산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과정을 거쳐 법인격이 최종적으로 소멸된다.
여기에서 업계는 더 나아가, 홈플러스가 실제 청산 과정에 돌입한 이후 홈플러스가 소유하고 있는 잔여 매장을 경쟁사들이 분리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MBK파트너스가 세일즈 앤 리스 백 형식으로 소위 '알짜 매장'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홈플러스는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에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실제 청산이 진행된다면, 이마트·롯데마트 등 경쟁 업체가 잔여 매장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홈플러스라는 기업 자체가 소멸되게 될 경우, 이들이 운영하던 대형마트 건물에서의 영업도 즉시 중단되게 된다"며 "해당 매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 대한 고용 지속 문제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에서도 고용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장 인수를 적극 권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인수가 이뤄지게 된다면, 경쟁사들은 인수한 매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계속 고용하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홈플러스가 마련한 인적·유통 인프라를 최대한 승계해 활용하는 게 경영상으로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이랜드는 '홈에버' 매장을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던 홈플러스에 일괄 매각한 사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업계의 '전망'이 단순한 예상이 아닌, 실제 계획의 형태로 선제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업계에 정통한 한 주요 경제단체의 전문가는 "아직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특정 업체가 법적으로 청산된 사례도, 이후 매장이 찢어져 매각되는 사례도 없지만, 업계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정한 협력 속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어 "거대한 대형마트 부지가 방치돼 버려지는 것은 지역 사회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업계가 힘을 모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홈플러스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강서구 일대의 한 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거대한 대형마트 상업 부지를 다른 형태로 사용하는 방안은 생각해 보기 어렵다"라며 "부지와 건물 자체의 설계가 처음부터 '대형마트'를 상정한 만큼 홈플러스가 청산되더라도, 본래의 건물 용도를 살려 활용할 수 있는 법인이 이를 인수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에서 일정한 영향력일 미치는 기업이 소멸할 경우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일 미칠 수밖에 없다"며 "홈플러스 사태가 강서구에 위치한 본사뿐만 아니라, 각 매장이 위치한 주변 상권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