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
2025년 GS건설의 행보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지난 2023년 검단 사태와 대규모 적자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GS건설이, 허윤홍 대표 취임 2년 만에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보이며 V자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올해 GS건설은 숫자로 증명된 수익성 개선과 현장에서 시작된 안전 문화 정착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명가 재건의 기틀을 다졌다.
◆ 빅 배스 효과 가시화..."선별 수주로 이익률 정상화 시동"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실적 지표에서 확인된다. GS건설은 2023년 부실 현장에 대한 선제적 손실 반영(빅 배스)을 단행한 이후, 올해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가 리포트에 따르면, GS건설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은 약 5천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턴어라운드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시장 컨센서스를 40% 이상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과거 외형 확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던 저수익 도급 사업을 지양하고, 사업성이 확실한 도시정비사업과 인프라 현장에 집중하면서 주택 부문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GS건설은 "각 사업본부별 원가율 안정화와 함께 부채비율 지속적으로 감소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 GS이니마 매각 계약 체결..."유동성 리스크 해소 청신호"
허윤홍 대표의 결단력은 자회사 GS이니마 매각 추진 과정에서 돋보였다.
지난 8월, GS건설은 수처리 자회사인 GS이니마 지분 전량을 아랍에미리트(UAE) 국영기업 타카(TAQA)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기업가치 기준 약 1조6천770억원(12억 달러) 수준으로 내년 하반기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면 대규모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이는 GS건설의 부채비율 개선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 리스크를 완화하는 결정적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원자재가 상승으로 건설사들의 현금 흐름이 중요한 시점에서, 적기에 알짜 자산 매각 계약을 성사시켜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GS건설은 내부적으로도 이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것으로도 알려졌다.
◆ 돈 되는 곳에 집중..."신사업 재편과 브랜드 신뢰 회복"
신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실리 위주로 재편됐다.
그동안 GS건설은 모듈러(단우드·엘리먼츠·자이가이스트), 2차전지 재활용(에네르마), 데이터센터 개발 등 다각화된 미래 먹거리를 육성해왔으나, 수익성 검증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던 영국 철골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은 과감히 청산 절차를 밟으며 손실 고리를 끊어냈다.
반면, 연 매출 4~5천억 원을 올리며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폴란드 목조 모듈러 기업 '단우드'는 주력으로 남겼고, 국내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는 세컨드 하우스 수요 등을 공략하며 사업을 지속하는 등 철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의 또 다른 핵심은 브랜드 신뢰 회복이었다.
2024년 11월 단행된 자이(Xi) 브랜드 리뉴얼 이후 1년, GS건설은 현장의 안전과 품질 관리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왔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의분쟁조정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GS건설의 아파트 하자 판정 건수가 0건으로 집계되는 등 품질 관리 강화 노력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 "양복 대신 안전조끼"... 허윤홍표 '소통·현장' 리더십
이러한 체질 개선의 중심에는 허윤홍 대표의 '소통'과 '현장'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허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권위적인 건설사 CEO의 이미지를 벗고 현장과의 스킨십을 강화해왔다.
그는 정기적으로 주요 건설 현장을 찾아 안전 점검을 직접 주재하는 것은 물론, 타운홀 미팅을 통해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이식하고 있다.
단순히 지시하는 리더가 아닌, 양복 대신 안전 조끼를 입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그의 행보는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허 대표는 취임 이후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에 적극적"이라며 "특히 소통 행사에 현장 직원들의 신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안전과 품질을 중시하는 사내 문화를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 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부 혁신에 힘입어 GS건설은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 수주전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 분양 단지들 역시 양호한 청약 성적을 거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025년이 경영 정상화의 토대를 닦은 해라면, 2026년은 본격적인 체질 개선의 성과가 나타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윤홍 대표가 이끄는 GS건설이 내실과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내년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