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하나면 OK"...집값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 '슬세권' 시대 활짝

등록 2025.10.18 08:00:02 수정 2025.10.18 08:00:14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지자체 '15분 도시' 다양한 정책 추진...성동구 '일상생활권' 구축 박차
건설업계, '올인빌' 주거 문화 구현 위해 커뮤니티 및 상업시설 강화

 

【 청년일보 】 '슬세권'은 슬리퍼와 역세권을 합친 신조어로,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걸어 나갈 수 있는 거리에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주거 지역을 뜻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근거리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주거지에서의 삶의 만족도가 핵심 가치로 떠오르면서, 주거 트렌드는 출퇴근 효율성을 강조한 '역세권'에서 개인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슬세권'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집의 개념이 단순히 잠자는 공간을 넘어 일상생활의 중심지로 확장되면서, 주거 선택의 키워드는 역세권, 학세권, 숲세권을 거쳐 '슬세권'에 도달했다.

 

이는 주택 시장에서 입지 선정의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하며 도시 구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도보 10분 이내에서 쇼핑, 의료, 문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도보 생활권이 재조명되고있다.

 

대규모 상업 지구 대신 주거지 인근 근린상권 중심의 소도시형 커뮤니티가 확산되는 추세로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정책 또한 이같은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부산,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추진 중인 '15분 도시' 정책이 대표적이다.

 

주거지에서 걸어서 15분 내에 주요 생활 기능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도시를 재구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슬세권이 지향하는 생활권 중심의 주거 환경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서울 성동구가 민선 8기 들어 '성동형 일상생활권'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며 슬세권 콘셉트에 대응하는 생활권 중심 정책을 추진중이다.

 

주민들이 도보 15분 내 여가, 문화, 돌봄, 공공서비스 등 핵심 기능을 편하게 누릴 수 있는 도시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동구는 'n분 도시(15분 도시)' 개념을 지역 맞춤형으로 도입, 교통망(마을버스/공공셔틀), 의료·문화·복지 시설의 연결성을 대폭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5분 도시 창안자인 카를로스 모레노 프랑스 팡테온-소르본대 교수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는 등 구 정책 담당자들이 지속가능한 도시와 일상생활권 확산에 직접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도 슬세권 개념을 단지 설계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단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생활이 가능하도록 커뮤니티 시설과 상업시설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GS건설은 '철산 자이 더 헤리티지' 등 주요 단지에서 입주민 전용 시설인 '클럽 자이안'의 규모와 구성을 다채롭게 확장해 문화, 여가 생활을 단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DL이앤씨는 'e편한세상 영등포 센트럴포레'처럼 인프라가 잘 갖춰진 입지를 선점하거나, 단지 내에 다양한 상업 시설을 배치해 근린 상권을 흡수하는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르엘 리버파크 센텀'에 축구장 1.5개 면적에 달하는 약 3천300평(약 1만1천㎡) 규모의 커뮤니티시설인 ‘살롱 드 르엘’을 선보인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이 커뮤니티에는 리버뷰 아쿠아풀과 건식사우나가 마련된 테라피 스파를 비롯해 피트니스 클럽, 프리미어 골프클럽 등 입주민 전용 공간으로 꾸며졌다.

 

대우건설 또한 '써밋'과 '푸르지오' 등 브랜드 단지에서 단지 주변 환경과 연계된 녹지 공간 조성 및 입주민 맞춤형 컨시어지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슬세권 콘셉트를 구현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미디어 아트 파고라를 탑석 푸르지오 파크 7등의 현장에서 선보인다"라며 "미디어 아트 파고라는 인공지능 기반의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시간과 날씨, 계절 등 환경적 요소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외에도 최근에는 AI 조경 활용 시스템을 활용해서 단지 내 조경 공간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확대하는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아파트 조경 공간을 혁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집과 생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올인빌(All-in-Vill)' 형태의 주거 문화는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슬세권 트렌드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과거 도시의 중심이 '업무'와 '교통'이었다면, 이제는 '생활'과 '정주 환경'이 중심이 되고 있다"라며 "슬세권은 개인의 시간과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주거 형태로, 앞으로의 도시계획, 주택 단지 설계, 그리고 근린 상권 기획의 핵심 방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