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서포터즈 8기 김준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철학과 3학년]](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4/art_1755652069354_2aac46.jpg)
【 청년일보 】 한때 일회용 컵 남용으로 몸살을 앓던 국내 카페 업계가 최근 '다회용 컵'을 친환경적인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커피전문점은 물론 여러 프랜차이즈에서 다회용 컵 대여 서비스를 도입하며 '환경 보호'를 앞다퉈 홍보 중이다. 환경부도 관련 제도를 통해 다회용 컵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 소비자와 전문가들은 "정말 친환경적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다회용 컵 도입이 단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그린워싱(greenwashing)'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 컵을 다회용 컵으로 전환할 경우 한국에서만 연간 약 25만 톤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내연기관차 약 9만2천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와 함께 다회용 컵의 도입은 연간 180만㎥ 이상의 물 사용과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소비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다회용 시스템은 화석연료 고갈 위험을 약 47.3%, 물 사용량을 약 33.3%, 인체 유해 독성물질 발생을 약 32%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사용 조건' 하에서만 실현 가능한 수치다. 다회용 컵의 환경적 진정성은 단순히 일회용을 대체한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그 사용 방식과 반복 횟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린피스의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에 따르면, 다회용 컵 1개를 연간 60회 이상, 3년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친환경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렇지만, 연 20회 이하의 '낮은 빈도'에서도 일회용 컵 대비 유의미한 온실가스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다회용 컵의 재질에 따라 '친환경이 되기 위한 최소 사용 횟수'가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LCA연구에 따르면 세라믹 머그컵은 최소 210회,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폴리카보네이트(PC) 컵은 110회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 컵보다 탄소 배출 측면에서 이득이 발생한다. 몇 차례 사용 후 버려지는 다회용 컵이라면, 환경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자원과 에너지만 낭비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다회용 컵은 회수, 세척, 재운송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추가적인 환경 부담이 발생한다. 일회용 컵이 '생산-사용-폐기'라는 단순한 경로를 따르는 것과 달리, 다회용 컵은 사용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회수 과정에서는 차량 운송에 따른 탄소 배출이 발생하고, 세척 단계에서는 전기와 물, 세제가 투입된다. 세척 효율이 낮거나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환경적 이득은 금세 상쇄된다. 즉, 다회용 컵이 친환경적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반복 사용'만으로는 부족하며, 회수·세척·운송이라는 전 과정의 환경 성능이 함께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에서도 한계는 드러난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 제주도와 세종시 등지에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범 운영했으나, 회수율 저조, 불편한 반납 절차, 보증금 환급 지연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이 조기 종료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설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소비자의 인식 전환을 위한 홍보와 교육도 부족했다고 분석한다. 다회용 컵을 진정한 친환경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적 인프라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기업의 책임 있는 운영이 모두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다회용 컵의 친환경성은 '얼마나 오래 쓰는가'와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달려 있다. 몇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컵이라면 일회용보다 나을 게 없고, 회수와 세척 과정이 비효율적이라면 더 큰 환경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진정한 친환경은 컵의 소재가 아니라 시스템의 설계와 사용자 실천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전환이 아닌 전면적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