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서포처즈 8기 이유민 [동아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31/art_17539391017675_fffb97.jpg)
【 청년일보 】 병원은 생과 사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중심이지만 그 끝을 지켜보는 일 또한 의료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중에서도 간호사는 환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키며 정서적, 신체적으로 환자와 가장 가까운 존재로 남는다. 그러나 간호사가 그 자리를 온전히 지킬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 것일까.
환자의 생사를 곁에서 지켜보는 간호사들은 늘 감정노동의 최전선에 서 있다. 누구보다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며, 때로는 가족보다 더 오래 곁을 지키지만 정작 간호사의 삶은 돌봄의 가치를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에 갇혀 있다.
환자가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삶을 마무리하는 환자의 고통, 가족의 슬픔, 임종의 순간까지 함께하는 일은 인간적인 지지 없이는 버텨내기 힘든 감정의 연속이다.
간호사는 환자의 신체만을 돌보는 것이 아니다. 아픈 이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가족들의 불안을 받아내며, 환자가 마지막까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보다 먼저 감정을 추스를 수 있어야 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며 누군가를 지탱해 주는 간호사의 마음은 정작 돌봄받지 못한다.
간호사들은 때로 화장실 갈 시간도, 생리대 한 번 갈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식사를 거른 채 환자 곁을 지키고, 물 한 모금도 못 마신 채 환자들의 수액과 약물을 투여한다. 어떤 날은 이렇게 지친 내가 타인을 간호할 수 있는지 의심하게 되는 순간도 찾아온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지만 병동은 멈추지 않는다. 환자들은 간호사를 기다리고, 보호자들은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간호사에게 "당신은 괜찮냐"고 묻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간호사의 전문성과 사명감만을 기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인간적인 돌봄이 이루어지려면 그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의 삶도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감정노동에 대한 인정, 충분한 인력과 휴식, 정서적 지원 시스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생명을 돌보는 일을 가치 있게 여기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존엄'이 우선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그 곁에 있는 존재로서 간호사는 단지 의학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다. 진심 어린 지지, 말 없는 동행과 따뜻한 손길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간호사다. 그러한 인간적인 돌봄은 인간적인 지지를 받을 때 가능한 일이다.
미래의 간호사로서 바라는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다. 단지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환경, 쉬어야 할 때 쉴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간호사라는 직업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다.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쌓일 때 비로소 환자에게도 진심이 닿는 간호가 이루어질 수 있다. 더 나은 간호는 더 나은 환경에서 시작된다. 간호사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더 나은 돌봄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 청년서포처즈 8기 이유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