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시험 기간엔 '약', 시험 끝나면 '독'"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대학가와 학원가의 풍경은 비슷해진다. 대학생 A씨(22)는 도서관 자리를 잡자마자 1리터(L) 대용량 커피를 책상 위에 올린다. 고등학생 B군(18) 역시 밤샘 공부를 위해 에너지 드링크 2캔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기 위해 또다시 고카페인 커피 우유를 찾는다.
이처럼 시험 기간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고카페인 음료는 잠을 쫓는 '필수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단기간의 각성 효과를 위해 시작한 카페인 섭취가 '내성-의존-금단'이라는 중독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학생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 '잠 깨려다 몸 망친다', 단기 과다 섭취의 부작용…'쿵쾅대는 심장', 심혈관계가 보내는 경고
문제는 '내성'에서 시작된다. 시험공부라는 단기 목표를 위해 카페인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우리 뇌는 점차 카페인 자극에 적응한다. 처음에는 커피 한 잔으로도 잠이 달아났지만, 곧 같은 양으로는 비슷한 효과를 얻기 어려워진다. 이는 신체가 카페인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시험 기간만이라도 괜찮겠지"라는 생각과 달리, 단기간의 과다 섭취는 즉각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카페인 중독(Caffeine Intoxication)' 상태로, 다음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DSM-5의 카페인 중독 진단 기준'은 안절부절못함, 신경과민, 흥분, 불면, 안면 홍조, 잦은 소변, 소화불량 및 위장장애, 근육 경련, 두서없는 사고와 언어, 빠르거나 불규칙한 심박수(빈맥/부정맥) 등 12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포함한다.
아울러 수면의 질도 저하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반복적인 섭취가 이어지면 점차 피로가 누적되고, 수면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며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고카페인 음료를 찾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심혈관계에 가해지는 부담이다.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심박수를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로 인해 가슴이 쿵쾅대거나 답답함을 느끼는 '심계항진'과 일시적인 혈압 상승이 나타난다. 특히 한 번에 에너지 드링크 2~3캔에 해당하는 고용량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한 청소년이라도 심각한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 "시험 끝, 활력도 끝"…'카페인 금단'의 역습
이 악순환의 고리를 완성하는 것은 '금단 현상'이다. 시험이 끝나고 카페인 섭취를 갑자기 중단하면, 우리 몸은 24시간 이내에 반격에 나선다. 몸이 의존하던 카페인이 사라지자, 갑작스러운 피로감, 졸음, 집중력 저하가 쏟아진다.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몸이 카페인에 의존했다는 명백한 의학적 '금단 증상(Caffeine Withdrawal)'이다. 많은 학생이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혹은 "원래 몸이 허약해져서"라고 오해하며 다시 카페인을 찾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1일 최대 섭취 권고량은 성인 400mg, 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 이하다.(체중 60kg 청소년 기준 약 150mg)
전문가들은 카페인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끊기보다 서서히 양을 줄여 나가고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산책으로 뇌를 환기하며 ▲15~2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문소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