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컨베이어 벨트에서 '바퀴 달린 스마트폰'까지…현대자동차의 진화를 이끄는 '산업공학'

등록 2025.11.01 09:00:00 수정 2025.11.01 09:00:07
청년서포터즈 9기 이종민 dlwhdals1148@naver.com

제조 혁신을 넘어 '모빌리티 경험(MX)'을 설계하는 산업공학의 역할

 

【 청년일보 】 지난 수십 년간 현대자동차와 같은 거대 자동차 기업에서 '산업공학'의 역할은 명확했다. 울산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1초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수만 개 부품의 공급망(SCM)을 최적화하며, 로봇 팔의 동선을 설계해 '품질'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스스로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로 재정의한 지금, 산업공학의 역할 역시 근본적인 진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대상이 '효율적인 자동차 생산'에서 '총체적인 이동 경험(Mobility Experience, MX) 설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 본질은 같다…운전석의 인간공학, '디지털 콕핏'으로 진화하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인간공학(Human Factors)'은 운전자의 신체에 맞춰져 있었다. 시트의 편안함, 계기판의 시인성, 각종 스위치의 배치 등 물리적인 '조작 편의성'과 '안전'이 핵심이었다.

 

이 관점은 오늘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 트렌드 속에서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의 HMI(Human-Machine Interface) 설계로 확장되었다. 현대의 운전자는 거대한 스크린과 터치패널이라는 '디지털 작업 환경'에서 내비게이션, 공조, 미디어 제어라는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산업공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운전자의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행 중 시선을 얼마나 뺏는지, 메뉴의 깊이(Depth)가 얼마나 직관적인지, 경고 알림이 운전자의 주의를 흩트리지 않는지 등을 분석하고 설계한다. 이는 결국 '안전'이라는 자동차의 본질적 가치를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하는 산업공학적 과제이다.

 

◆ '경험'을 공정으로 분석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공학의 진화는 차량 내부 설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현대차가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고객이 이동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프로세스가 '차량 구매 - 인도 - 정비'에 머물렀다면, 현대의 프로세스는 'EV 충전소(E-pit) 탐색 - 충전 - 결제', '블루링크를 통한 원격 시동',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차량 성능 개선', '구독형 서비스 가입' 등 삶 전반으로 확장된다.

 

산업공학은 이 '모빌리티 서비스 공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병목 지점과 고객 불만 데이터를 분석한다. 최적의 충전소 입지를 선정하고, 정비소 방문 없이 앱으로 차량 문제를 진단하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할 기능을 예측하여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 모두가 서비스 공학의 영역이다.

 

◆ AI와 만나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카'를 완성하다

 

이러한 흐름은 인공지능(AI) 트렌드와 만나 두 개의 축에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 바로 '생산'과 '제품'이다.

 

첫째, '스마트 팩토리'다. 싱가포르의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보듯, 산업공학의 최적화 알고리즘은 AI와 결합해 고도로 유연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 AI가 실시간으로 부품 재고와 수요를 예측해 생산 라인을 자동 변경하고, 로봇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해 예측 정비를 수행한다.

 

둘째, 'AI 기반 개인화 차량'이다. 차량 자체가 운전자의 습관, 선호 경로, 자주 듣는 음악을 학습한다. 산업공학은 이 데이터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가장 최적화된 주행 경험, 공조 설정, 인포테인먼트 환경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초개인화된 모빌리티'를 설계한다.

 

◆ 미래의 산업공학…'모빌리티 경험(MX)'의 시스템 통합자

 

결론적으로, 현대자동차의 산업공학은 '차를 잘 만드는' 효율화 전문가에서 '이동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시스템 통합자(System Integrator)로 진화하고 있다.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산된 SDV가, 도로 위에서 사용자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끊김 없는 커넥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거대한 '모빌리티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이끄는 산업공학의 새로운 사명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종민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