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투시검사를 주로 수행하던 의료진이 손끝 감각 이상 증세를 보이며 방사선 누적 노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방사선 안전장비가 다양하게 보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안전이 늘 우선되지만은 않는다.
전문가들은 시술의 시야 확보와 속도, 기구 조작 편의성을 이유로 일부 의료진이 차폐장비 착용이나 배치를 최소화한 채 방사선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말하는 차폐 장비란 납 앞치마, 갑상선 보호대, 이동식 차폐판, 천정형 차폐막 등 방사선이 인체에 도달하기 전에 흡수·차단하는 보호 장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장비의 존재만으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방사선의 경로는 단순하지 않다. 시술 도구 삽입 과정, 모니터 방향, 환자 체형, 의료진 위치와 높이에 따라 산란선이 매 순간 재분포된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차폐가 오히려 선량을 증가시키는 상황이다.
자동노출제어(AEC) 시스템이 차폐물로 인해 센서가 환자의 조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영상검출기나 AEC가 노출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더 강한 방사선 출력 또는 노출시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차폐가 무조건 안전이라는 대중적 인식과는 매우 다른 결과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방사선 방호 개념은 단순한 차폐 장비 착용 단계를 넘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의료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바로 실시간 차폐 최적화(Dynamic Shielding)이다. 실시간 차폐 최적화는 기존의 고정된 차폐막과 납치마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의료진·장비의 위치와 동작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센서·선량계·AI 알고리즘을 결합해 방사선의 산란 경로를 예측한 뒤, 차폐 위치를 자동 또는 반자동으로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즉, 시술 환경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방사선의 흐름에 맞춰 차폐 역시 능동적으로 조정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쉽게 말하면, 병원의 내비게이션이 방사선의 길을 읽고, 보호막이 그 길을 따라 움직이는 것과 같다. 환자와 의료진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컴퓨터가 지금 어느 방향에 방사선이 집중될지를 계산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차폐판을 약간 앞으로 당기세요", "왼쪽으로 한 발 이동하면 피폭이 감소합니다"와 같은 안내가 화면에 뜨거나, 장착된 차폐 장치가 스스로 움직여 최적 위치에 자리 잡는다. 한마디로, 방사선이 쏘아지는 방향에 따라 보호막이 따라 움직이며 안전을 지키는 '스마트 방호 시스템'이다.
미래 방사선사로서 바라볼 때, 실시간 차폐 최적화는 단순히 장비를 하나 더 들여오는 문제가 아니다. 방사선이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하듯, 방호 방식 역시 그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의 출발점이다.
결국 기술은 도구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위험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려는 태도와 인식이다. 방사선 안전은 장비가 대신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려는 의료진의 자세에서 시작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가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