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오늘치 카페인 수혈했어?"라는 아침 인사가 낯설지 않을 만큼, 카페인은 우리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카페인은 대표적인 중추신경계 자극 물질로, 졸음을 쫓고 각성을 높여 현대인의 '각성 버튼' 역할을 한다.
하지만 뇌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심근 수축력, 심박수와 혈압을 상승시킨다. 이와 같은 효과로 카페인은 업무 효율과 집중력 향상에는 이점이 있지만, 심근의 흥분성이 높아져 조기심실수축(premature ventricular complex, PVC)과 같은 부정맥이 나타날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2024년 국내 한 의과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의 하루 평균 카페인 섭취량은 약 275㎎에 이르며, 이 가운데 5명 중 1명은 식약처가 권고하는 성인 하루 최대 섭취량인 400㎎을 넘겨 마시고 있었다. 상당수 학생이 두근거림, 불안 등 한 가지 이상의 부작용을 경험하면서도, 습관과 학업 수행능력 향상을 이유로 카페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가볍게, 쉽게 마시는 카페인 한 잔은 과연 우리 심장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을까.
심장은 보통 "Rub-Dub, Rub-Dub……" 하는 규칙적인 박자로, 정상 심음인 제1심음(S1)과 제2심음(S2)이 반복되는 상태를 정상으로 본다. 심장 박동의 전기 신호는 동방결절(sinus node)에서 처음 발생해 심방 근육과 방실결절(atrioventricular node)로 전달된다. 방실결절에서는 이 신호를 잠시 지연시켜 심방 수축이 먼저 완료된 뒤 심실이 수축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절해 준다. 이후 방실결절을 통과한 자극이 히스 다발과 좌·우 다발가지, 푸르키네 섬유를 따라 심실 근육 전체로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제대로 된 심실 수축이 일어나는 것이 심장 주기의 한 사이클이다.
그러나 많이 피로한 상태의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순간순간 심장이 엇박자로 뛰는 느낌을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일시적인 부정맥인 PVC이다. PVC는 대부분 생활 습관 교정과 질환에 대한 설명, 그리고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무증상이고 구조적 심질환이 없으며 빈도가 높지 않은 경우라면 별도의 약물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증상이 뚜렷하거나 기저 심장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PVC가 빈발하는 경우에는 베타차단제 등의 약물치료나 심도자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환자 중 좌심실 기능이 심하게 떨어져 있고 심실성 부정맥 위험이 큰 경우에는, 전문의 판단하에 삽입형 제세동기(ICD)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치료까지 검토하게 된다.
구조적 심질환이 없는 사람의 PVC 배경에는 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와 더불어 카페인이 겹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일상적인 범위의 카페인 섭취가 모든 사람에서 부정맥을 뚜렷이 늘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미 PVC가 잦거나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짧은 시간에 고용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두근거림과 PVC가 더 두드러졌다는 보고도 있다. 즉 개인의 체질과 기저질환에 따라 카페인의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PVC가 하루 중 매우 자주 발생하고, 고부하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때다. 고빈도 PVC는 좌심실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PVC 유발 심근병증'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때 심근 수축력을 더 끌어올리는 수준의 카페인 과다 섭취는 심장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은 현대인의 일상을 버티게 해 주는 버팀목이지만, 심장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하루 400㎎ 이내의 카페인이 대체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저 심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이 마시는 평균치'가 아니라 내 심장이 편안히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찾아 스스로 조절해 마시는 일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현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