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낡은 금융 시스템, '금융 이력 없는' 청년들을 씬파일러로 내몰다"

등록 2025.11.01 08:00:00 수정 2025.11.01 08:00:09
청년서포터즈 9기 윤서영 smilekitty1121@naver.com

 

【 청년일보 】 대학생 김모씨(24)는 최근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려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에 부모님 지원을 일부 받아도 보증금이 모자라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것은 '신용 이력 부족'이라는 차가운 답변이었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고집하고, 학자금 대출 외에는 빚을 진 적 없는 그의 '성실한' 금융 생활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 빚 없어도 '투명인간'…청년 씬파일러의 역설

 

김 씨처럼 금융 거래 이력이 거의 없어 신용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들을 '씬파일러(Thin Filer)'라고 부른다. 문제는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딛는 청년 세대의 상당수가 이 굴레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빚을 내지 않고 성실하게 생활했을 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금융 시스템 안에서는 '신용불량'에 가까운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 '빚 갚은 이력'만 보는 낡은 신용평가 시스템

 

이 기형적인 금융문제의 근본 원인은 시대착오적인 낡은 금융 시스템에 있다. 현재의 신용평가(CB)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얼마나 빚을 잘 갚았는가'를 본다. 즉, 대출을 받고 신용카드를 써야만 '신용'이 쌓이는 구조다.

 

이는 이미 장기간 금융 활동을 해온 기성세대에게는 유리할지 몰라도, 이제 막 금융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거래 없음(No Transaction)'이 '신용 없음(No Credit)'으로 직결되는 이 시스템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청년들, 악순환의 시작

 

그 결과는 참혹하다. 정작 청년들이 결혼, 주거 등 목돈이 필요해 제도권 금융의 문을 두드릴 때, 시스템은 이들을 '이력 부족'으로 거절한다. 결국 청년 씬파일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2금융권이나 고금리 대부업으로 밀려나고, 이는 다시 신용 하락과 금융 비용 부담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낡은 시스템이 청년들을 잠재적 부실 차주로 내모는 '씬파일러 양산 공장'이 된 셈이다.

 

◆ 해답은 '비금융 데이터'…데이터로 신용 사다리 놔야

 

지금은 데이터의 시대다. 청년들이 대출 이력은 없을지라도, 그들의 '성실성'과 '상환 능력'을 증명할 데이터는 차고 넘친다. 매달 꼬박꼬박 내는 통신비, 공과금, 월세 납부 내역, 온라인 구매 패턴 등 '비금융 데이터'가 그것이다.

 

금융 당국과 금융권은 더 이상 '전통'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청년 씬파일러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하루빨리 고도화하고 정착시켜야 한다.

 

청년들이 금융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투명인간'이 되어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낡은 시스템의 관성을 깨고, 데이터로 청년들에게 새로운 '신용 사다리'를 놓아줄 때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윤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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