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제는 '연결된 의료'로"
우리 사회에는 누구보다 돌봄이 필요하지만, 건강관리가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특히 시각, 청각장애인은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진료부터 입원, 퇴원 후 건강관리의 과정까지 정보 부족의 한계에 부딪힌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동의서 확인과 처방 약 복용에 불편감을 겪고, 청각장애인은 수어 통역 서비스 혹은 글로 제작된 자료의 부재 시 필요한 정보를 전달받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기술의 발달로 장애인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의 실마리가 보인다. 의료 현장에서 디지털 기반 서비스의 도입은 편의성을 강화하고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의료를 보장받을 가능성을 열어준다.
비대면 진료, 인공지능(AI) 수어 통역, 접근성 강화 의료기기 등의 서비스는 시각·청각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에 이바지하고 있다.
◆ 진료 현장의 '소통의 장벽' 낮추기
시각장애인은 이동의 불편함과 시각 정보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 의료진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점으로 인해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느낀다. 청각장애인은 주로 병원 내 수어 통역 서비스와 의료진의 입술을 읽는 방법인 독순술로 정보를 전달받으나 수어 통역 서비스의 부족, 의료진의 마스크 착용 및 독순술의 한계로 여전히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2023년 통계청의 한국수어 활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의 83.0%가 수어 통역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영역은 의료기관이라 응답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발달로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독립적으로 간단한 수준의 진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은 음성 안내 서비스를 탑재한 비대면 진료 앱을, 화면을 읽어주는 보이스오버 기능 혹은 스크린 리더 기능과 함께 이용하여 의사와 비대면으로 상담하거나 처방받을 수 있다.
청각장애인은 실시간 화상 수어 통역 서비스인 VRI(video remote interpreting)를 통해 의료진과의 정확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원격 수어 통역 서비스는 수어 통역사가 발화자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수어로 통역하여 청각장애인에게 영상통화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진료 시 정확한 정보 전달을 돕는다. 현재 한국에서는 손말이음센터와 같은 기관에서 제공하는 수어 통역 서비스가 있다.
◆ AI 키오스크, 진료의 질을 높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양방향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를 개발하여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료접근성의 장벽을 감소시켰다.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는 청각장애인이 키오스크 앞에서 아바타의 수어를 보며 문진표의 내용을 이해하고, 또 수어를 이용하여 문진표를 작성하도록 돕는 기능을 갖추었다. 청각장애인의 수어가 한글 텍스트로 변환되어 문진표에 입력되는 방식으로 보다 정확한 문진표 작성이 가능하다.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은 AI 도슨트 키오스크를 도입하여 장애인을 포함한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였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디스플레이, 각인된 키보드, 음성지원 기능을 탑재한 기기로 병원 이용의 만족도를 높이도록 돕는다.
◆ 더 이상 불편하지 않은 의료기기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방안은 병원 내 시스템을 넘어 가정 내 건강 관리 차원으로도 확산되었다. 2024년부터 의료기기법 개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자에게 기기 정보에 점자, 음성 및 수어 영상 변환용 코드를 표시하고 음성 안내 등의 기능으로 기기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권장하고 지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책은 장애인의 혈압계, 혈당 측정기와 같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기기의 안전하고 올바른 사용에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은 장애인들이 누려야 할 평등한 건강권의 문턱을 조금씩 낮추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그들에게 단순한 편의를 넘어, 삶의 질과 건강을 지탱하는 요소로 점차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평등한 의료 서비스는 여전히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함께 갖추어질 때, 기술 또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장벽을 허물 도구로서 역량을 발휘할 것을 기대해 본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임송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