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아픈데 왜 안 믿어줘요?"…보이지 않는 질병과 의심의 시선

등록 2025.08.30 08:00:00 수정 2025.08.30 08:00:42
청년서포터즈 8기 강혜인 hein-1313@naver.com

 

【 청년일보 】 "병원 다녀왔어요. 근데 선생님이 스트레스성이라고만 하더라고요. 약은 받았는데, 자꾸 '멀쩡해 보이는데 정말로 아픈 건가?' 소리 들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질병을 겪는 청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생리통, 우울증, 만성 피로, 불면, ADHD, 편두통 등은 분명한 질병이지만, 외형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의심받고 무시당한다. 아프다고 말해도 "핑계 아냐?", "젊은데 뭘 벌써부터 그래" 같은 말이 먼저 돌아온다. 증상을 증명하지 못하면 고통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병보다 시선과 싸우고 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질병(Invisible illness)'은 의료적으로도 공인된 질환이다. 그러나 치료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거나, 진단이 애매하게 나올 수 있다. 결국 환자 스스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지치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받아야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없으면 눈치를 보게 되는 현실이다.

 

제도 역시 이 고통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생리통으로 결석해도 병결 인정이 어려운 학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해도 병가를 거절당하는 직장, ADHD 치료약을 처방받아도 "그거 약 남용하는 거 아냐?"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고통은 분명 존재하지만, 증명되지 않으면 제도적 지원은 물론 사회적 이해조차 얻기 힘들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통은 지워지고, 고통을 호소하는 이는 자신의 고통을 설득하고 증명해야 한다는 또 다른 부담을 짊어진다.

 

문제는 단지 인식 부족만이 아니다. 사회가 고통을 판단하는 방식 자체가 눈에 보이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결국 '멀쩡해 보이면 건강한 것'이라는 전제가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그 침묵 속에서 많은 청년들은 혼자 병을 감내하며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이제는 고통을 묻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왜 아파하는 거야?"보다 "어떻게 도와줄까?"라는 질문이 먼저여야 한다. 제도는 증명을 전제로 한 선별적 구조에서 보편적 접근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단서 중심의 증빙 구조를 보완하고, 진단서 제출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자기보고 방식의 병결 인정과 같은 유연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초기 상담 접근성을 높이고 진단 이전 단계에서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고통을 증명하는 것보다도 고통을 말할 수 있는 조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없는 것으로 취급되기 쉬운 지금의 구조는 건강관리의 사각지대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보이지 않는 질병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고통은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 고통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대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강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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